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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 국방연구 제51권 제2호 가는 대내 최고성과 대외 독립적이고 배타적인 주권을 갖고 있다. 이에 따라 국제체제에서는 논리적으로 타국에 대한 내정불간섭이 국제질서의 일반원칙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에 따라 국내 정치와는 달리 국가 주권을 제약할 수 있는 상위의 권위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이러한 국가체제로 인해 국제체제는 무정부적 층화체제로 구성된다. 즉, 국가 주권을 제약할 수 있는 상위의 권위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무정부적이다. 그러나 무정부의 상태는 결코 혼란이나 혼돈의 상태를 의미하지 않는다. 이는 기본적으로 국가들이 체제내에서 원자적(atomic)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국가들은 지리적 위치, 영토의 규모, 인구, 다양한 자원의 보유, 과학기술 등 많은 측면에 있어 차이가 있고, 그에 따라 국가간 편차가 발생하기 때문에 실제적으로 국가들간에는 위계적 서열이 매겨진다. 이에 따라 국가들은 삼 각형 구도처럼 층화적으로 최상위층과 최하위층의 어느 층에 속해 있는 것이다. 국가들은 기본적으로 최상위층에 있고자 하는 속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모든 층에 걸쳐서 국가간의 경쟁이 발생한다. 이와 동시에 국제체제의 무정부적 성격으로 인해 국가들은 가장 우선적으로 스스로 생존을 책임져야 하기 때문에 국제체제는 또한 자구체제로 구성된다. 이러한 자구체제는 구조적으로 안보 딜레마(security dilemma)를 발생시키고 이를 지속시킨다. 그렇기 때문에 근대 국제체제의 변화과정에서 체제 변화를 가져 온 가장 핵심적이고 중요한 변수는 다름 아닌 주요 국가들간의 전쟁이었다. 따라서 국제체제는 시대에 따라 각각의 독특한 작동원리에 기초하여 국제질서를 특징 지워 왔고, 또한 공통적으로 전쟁을 통해 파괴된 국제질서를 복원하고 안정을 유지하기 위한 평화의 메카니즘으로 작동해 왔다.5) 근대 국제체제의 출발이후 체제의 주된 행위자인 국가들의 권력배분 양상과 이들의 상호 작용의 유형은 특정 시기의 국제체제의 형태와 작동원리를 규정하는 가장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였다. 국제체제의 형태와 관련해서 먼저 다극체제를 들 수 있다. 다극체제는 적어도 4-5개국 이상의 주요 구심점이 있고 이들 모두가 거의 비슷한 힘을 보유하고 있다. 극을 형성하는 국가들 모두는 자신의 이득에 관심을 가지고 있으면서 일차적으로 자신의 보호에 책임을 지고 있다. 어느 한 국가나 동맹의 힘이 너무 강해지면 나머지 다른 행위자들은 위협을 받기 때문에 이에 맞서 대항동맹을 형성하고자 하는 경향이 있다. 국제체제의 두 번째 형태인 양극체제는 극을 형성하는 두 행위자의 힘이 서로 대등한 체제이다. 양극체제에서는 극을 형성하는 중심국을 정점으로 권위적으로 조직된 동맹체들이 존재한다. 각 동맹체제의 구성원들은 서로 간에 동맹지도국에 의해서 통제된다. 또한 각 지배국가는 상대국을 항상 주시해야 할 적대국으로 간주한다. 국제체제의 세 번째 형태라 할 수 있는 단극체제는 한 국가에게 모든 권력이 집중되어 있는 체제로 단극체제가 형성될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5) Ian Clark, The Post Cold War Order: The Spoils of Peace (Oxford: Oxford University Press, 2001), pp. 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