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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NN AAVV YY 안동대 민속학과 김명자 교수 - 해군발전자문위원 - “팔월이라중추되니백로추분절기로다. 북두성 자루 돌아 서천을 가리키니 선선한 조석 기운 추위가 완연하다. 귀뚜라미 맑은소리 벽간에서 들리누나.....” ‘농가월령가’ 의 서두는 추석 무렵의 분위기를 운치 있게 표현하고 있다. 이 노래처럼 이맘때면 날씨는 맑고 모든 것이 풍요롭게 느껴진다. “일 년 열두 달 더도 덜도 말고 팔월 한가위만 같아라.” 고 했으니 실로 좋은 때가 추석이다. 추석의 운치가 어디 이뿐이랴. 이른바 나라의 축제일이 니 민속놀이가 성행한다. 보름달을 상징하는 원무(圓舞)가 극치를 이루는 강강술래와 월월이 청청을 비롯하여놋다리밟기와 기와밟기, 그리고 소놀이, 거북놀이, 가마싸움, 줄다리기 등 이른바 풍농기원의 공동체 놀이가 추석 명절의 흥을 한층 돋운다. 추석의 우리식 이름은 한가위·가위·가배(嘉俳)·가 배일이다. 그밖에 한자어로 중추(仲秋, 또는 中秋)·중추절(仲秋節)·중추가절(仲秋佳節)이라고도 한다. 이는 가을의 한가운데 달이며, 팔월의 한가운데 날이라는 뜻이다. 12세기에 나온“삼국사기”신라전 유리왕조에는 가 배일에 관한 기록이 있어 그 역사성을 짐작하게 한다. “왕이 육부(六部)를 정한 후 이를 두 패로 나누고, 왕녀 두사람으로 하여금 각각 부내(部內)의 여자들을 거느리게 하여 편을 짜고, 7월 16일부터 날마다 육부의 마당에 모여 길쌈을 했는데 밤늦게야 일을 파했다. 8월 보름에 이르러 그공(功)의 많고 적음을 살펴, 지는 편은 음식을 장만하여 이 긴 편에 사례하고 모두 노래와 춤과 온갖 놀이를 하였으니 이를 가배라 한다.” 우리 문헌상으로는 이 내용이 최초지만 7세기에 나온 중국의 사서“수서(隨書)” 와“당서(唐書)”동이전 신라조 에는 8월 보름이면 왕은 풍류를 베풀고 관리들에게 활을쏘게 하여 잘 쏜 자에게는 말이나 포목을 주어 남자들의무예를 장려했다는 기록이 있다. 추석이 신라인의 큰 명절이었지만 이 시기부터 시작되었다고 할 수는 없다. 우 선『삼국사기』 의 길쌈 기록을 보아 그 이전부터 있었던 세시명절로 추정할 수 있다. 길쌈은 이미 그 이전시대부터 해왔기 때문이다. 8월 보름은 정월 대보름과 함께 천체현상과 관련된 만월(滿月)명절이기 때문에 농경문화와 그 시원을 함께 했을 것으로 추정하기도 한다. 추석은 애초 한 해 농사의 풍농을 기리며 하늘과 조상에 감사하는 농공감사일(農功感謝日)이다. 이날 명절식인송편을 조상에게 올려 차례를 지내고 성묘를 한다. 벌초는 추석 전에 하는데 요즈음은 미리하는 가정이 많다. 추석을 대표하는 송편은 명절식이자 차례음식, 그리고 제철음식으로 건강식이다. “집집마다 새로 쪄내는 송편 향기, 적삼소매로 기어드는 가을 맛” 이라고 누군가가 시 를 읊었듯이 가을 맛은 송편에서 오고 송편맛은 솔내에 서 온다. “손바닥에 굴리고 굴려 새 알을 빚더니 손가락 끝으로 낱낱이 조개 입술을 붙이네. 금반 위에 오뚝오뚝 세워놓으니 일 천 봉우리가 깎은듯하고 옥저로 달아 올리니 반달이 둥글 게 떠오르네.” 송편이란 이름은 찔 때에 켜마다 솔잎을 깔기 때문에 붙여졌으며 이렇게 찌니 떡에서 솔잎 향기가 나 입맛을돋운다. 솔잎 자국의 무늬는 송편의 멋이기도 하다. 한 가위 때 햅쌀로 빚은 송편은 각별히‘오려송편’ 이라고 한다. 오려란 올벼를 뜻하는 말이다. 처녀가 송편을 예쁘게 빚으면 예쁜 딸을 낳는다는 말도 있다. 필자가 어 린 시절 송편 빚기는 즐거운‘놀이’ 였다. 이렇듯 운치 있던 추석은 이제 우리 생활에서 멀어지 고 있다. 오늘날 추석이나 설날과 같은 국가적인 공휴일 명절 무렵이면 교통지옥을 상징하는‘민족대이동’ 이라는 말이 명절 분위기를 장식한다. 사실 이는 농경을 생업으로 하던 전통사회에서는 어울 리지 않는 말이다. 전통사회는 가족과 친족 중심으로마을이 형성되었으며 산소도 마을 뒷산에 쓰는 게 보통이었다. 명절이라 하여 특별히 이동할 필요가 없었다. 그러나 산업사회에 들어서면서 마을 사람들은 고향을 떠나 이른바 산업현장으로 갔다. 거기서 새로운 생업을접하면서 삶의 방식도 달라졌다. 민족대이동은 대체로 성묘와 고향을 찾는 인파로 인한 것이다. 오늘날 명절의 큰 의미는 만남의 자리를 갖는 것이 다. 그동안 생업을 찾아 뿔뿔이 헤어졌던 가족과 친척이 만나고 돌아가신 조상을 만나며, 고향의 땅과 아직도 고향을 지키는 친지를 만난다. 이는 생업상 갖는 만 남과는 다르다. 그런데 요즘은 자녀가 고향을 찾는 것이 아 니라 부모가 역으로 도시에서 생활하고 있 는 자녀를 찾아 교통난을 피하는 방법도 생겨났다. 시대에 적응을 하는 것인데,방법은 다르지만 만남의 자리를 갖는다 는 점에서는 다르지 않다. 우리의 평소 생활방식이 다양하듯이 명 절을 보내는 방식도 다양해지고 있다. 명절의 연휴기간을 이용하여 여행을 즐기기도 한다. 추석을 비롯한 명절에 성행했던 공동체 놀이가 거의 단절되었지만 민속박물관이나 민속촌 등지에서는 옛 놀이판을 재현하여 명절 분위기를 새롭게 연출하기도 한다. 이러한 곳을 찾아 우리 놀이를 하며 명절을 즐기는 사람들 또한 적지 않다. 도시에서 살았던 필자는 어렸을 때에도 집안이나 마 을에서 놀이판이 크게 벌어진 것을 경험하지 못했다.가족과 친척, 이웃이 모여 명절음식을 먹으며 이야기를나누는 정도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명절은 기다리는 즐거운 날이었다. 실상 오늘날은 이러한 소박한 운치마저 사라져가고 있다. 하지만, 만남이 중요하다고 했거늘 이를 더욱 확대할 수 있다. 가족이나 친척, 친지와의 만남 이외에 또하나의 만남의 자리를 마련하는 것이다. 곧 생활이 어렵거나 외로운 이웃을 만나 인정을 베푸는 시간을 갖는것이다. 물론 이들에 대해서는 항시 배려를 아끼지 않아야 한다. 그러나 명절과 같은 특별한 날에 이들은 더 욱 쓸쓸하고 힘들 수 있다. “더도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라고 할 만큼 편안 하고 풍성한 추석을 이들 어렵고 외로운 사람들과 공유하는 것이야말로 오늘날 추석명절을 보내는 으뜸의 보 람이 되지 않을까. 추 석 또하나의만남으로인정을나누는 명사초대석 해 해 군 군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