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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를 잡던 수병의 머리와시를 쓰던 시인의 머리가 하얗게 센 줄도 몰랐다 장보고가 바다에 길을 열었고 이순신이 거북선을 만들며 수루에 앉아 시를 썼다는 이야기는 역사의 별 그들은 밀어닥친 전화戰禍를 바다 밖으로 몰아낸 영웅들이다 수병과 시인이 마주앉아 하는 이야기는 배가 지나가는 이랑에 푸른 나무를 심어 선박이 울리는 기적소리를 실내악으로 꾸미자는 거 나는 나팔을 불고너는 피리를 불어 나는 가야금을 켜고너는 바이올린을 켜 이 푸른 바다를 영원한 꽃밭으로 가꾸자는 꿈이 세라복 속에서 부화되어 희망의 수평선을 넘자는 이야기 수병과 시인은 아름다운 내일을 위해 다시 바다로 나가자며 축배를 든다 오늘은 해군 축제의 날 수병과 시인이 마주앉아 이런 이야기를 나눈다 수병은 어려서 깊은 산골에 살았는데 마을 청년이 세라(세일러)복을 입고 휴가 온 것이 부러워 해군에 들어와 35년을 바다에서 살았다는 이야기 시인은 어려서 바닷가에 살았는데 끝없이 펼쳐지는 수평선이 그리워 평생 바다로 떠돌며 시를 썼다는 이야기 산골에 살던 소년과 바닷가에 살던 소년이 바다로 떠난 까닭이 무엇일까 바다는 하늘과 맞닿은 초원 희망은 수평선 너머에 있을 거라며 서슴없이 뛰쳐나온 것이리라 한반도의 아침은 동해 독도에서 시작이 되고 삶의 저녁은 이어도로 가는데 섬 4198개 중 왕래 없는 섬 1045개 길이 막혀 가지 못한 세월 60년 수병과 시인의 이야기 이 생 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