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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7 - 35세로 추정)에게 달려가 평동리 본가로 데려왔다. 집에서 기다리던 고형 사는 김재수를 부엌으로 데리고 가 속닥였다. 그날 오후였다. "막둥아, 느그 오빠 점심 차려라." 김경예가 고봉밥과 김치를 개다리소반 에 얹는 찰라에 나주경찰부대원이 들이닥쳤다. 그들은 군화를 신은 채 무 턱대고 안방에 들어갔다. "가자!" 어머니 김문순과 오빠 김재수가 엉겹결에 떠밀려 나왔다. 김경예가 뒤쫓아 가자 김문순은 "막둥아, 느그 오빠 신이 나 갖고 온나"라고 했다. 김재수는 경찰의 총구에 떠밀리느라 신발도 신지 못했다. 차마 변소통에는 못 들어가겠더마 김경예가 부리나케 집으로 달려가 신발을 챙겨 몸을 돌리는 순간, "탕" 하는 소리가 마을을 뒤흔들었다. '설마!'하는 불길한 생각을 하면서 김경예 는 어머니가 있던 곳으로 갔다. 하지만 그곳엔 오빠가 없었다. 다만 오빠 가 서있던 자리에는 핏자국만이 보였다. "엄마, 어떻게 된 거야?" 얼굴이 백짓장처럼 하얘진 김문순이 입을 떼려 는 순간 "탕" 소리가 이어졌다. 김문순이 총을 맞고 고꾸라진 게 먼저인지, 김경예가 정신이 나가 쓰러진 게 먼저인지는 아무도 몰랐다. 잠시 후 김경예가 눈을 뜨니 "우리는 아무 죄가 없어라"하는 말소리가 들렸다. "탕 탕." 금속 파열음 소리는 귀를 찢는 듯했다. 주변이 조용해지 자 김경예는 가까운 집으로 무작정 뛰었다. 고 형사 집이었다. 부엌으로 들어가 몸을 피할 곳을 찾았다. 아궁이에 머리를 집어 넣었는 데 몸이 들어가지 않았다. 머리를 빼니 검댕이가 떨어졌다. 뒤꼍으로 갔 다. 장작더미가 있어 그 사이로 들어가 가마니를 뒤집어썼다. 금속 파열음 은 계속됐다. "탕 탕 탕." 동네 사람들이 쓰러지며 피를 토하는 모습이 눈 에 선했다. 온몸이 사시나무 떨리듯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