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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구, 아이구 불쌍헌 울 아부지! 보고자픈 우리 성님! 그땐 우린 어려서인지,어리석어선지 너무나 몰렀유. 그떄 1945년 8,15해방이 될 때만 해두 우리나라는 그날부터 해방조선, 자유조선이 될줄알았지 민주조선,평등조선이 될줄 알았쥬 이렇게 납북으로 쪼개져 고을고을 마을마을 서루 미워하고 우리겨레끼리 서루가 서루를 왕따꺼지 헐 줄은 증말 몰랐슈 광복된 대한민국 우리나라에서 우리 겨레헌티 왜놈들이 써먹은 수법을 고대루 써먹을줄은 꿈에두 몰랐슈 친일전향단체"대화숙"을 고대루 본 떠서 아차 "보도연맹"을 만들줄은 정말 몰렀쥬 멀쩌한 이두 빨갱이루 몰라 죽이는 "국가보안법"을 만들줄은 정말몰랐쥬 그리구 하루아침에 6,25전쟁이 나자마자 옳타구나 그렇게 부역가능성이 있다구,빨갱이를 뿌리째 뽑는다구 그렇게 마구마구 잡아 가둘줄을 워디 상상이나 했겄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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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우린 증말 꺼멓게 몰랐어유. 우린 보도연맹이 뭔지도 몰랐구유 국가보안법이 뭔지도 잘 몰랐구먼유 왜 군과 경찰들 그리구 마을 방범대원은 예비검속으루 아부지와 또 당시 겨우 열세살짜리 성님을 잡아 가뒀는지유? 무차별 즉결처분하여 산골짝으루 끌고가 마구마구쏘아 죽일줄 그 누가 알았겠슈? 생각허면 생각헐수록안 됐쥬,불쌍해유,너무해유,증알증말 억울해유 도대체, 아부지처럼 또 어린 성님처럼 그 떄 이땅에서 빨갱이라구 또는 부역가족이ㅏ구 잡어다 마구 죽인 사람이 멧 명입니까? 솔직히 말혀 우린 지금두 빨갱이가 뭔지도 잘 몰라유 워디 오른 눈깔이 삐구, 오여손잽이믄 다 빨갱인가유? 벌써 70년이 지났는디 아직도 진상규명은 커녕 더 더구나 유해발굴조차 못 헌 이 철천지한은 또 어디가서 푼대유? 아이구, 아이구 불싸한 우리 아부지! 다정한 우리 성님! 죽기전에 한번만이라도 보고 싶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