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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 이 땅의 사람들입니다 누가 이들의 목숨을 썩은 진흙더미가 되게 했습니까 죄 많은 나라여 들으시오 일천간장 아뜩아뜩 삼혼 칠백의 통곡과 아비규환을, 가혹한 나라여 보시오 이 억울한 주검과 피눈물의 잔해를 부끄러운 나라여 말 하시오 이토록 무겁고 어둡고 차가운 어둠의 문을 어서 활짝 열어주겠다고 고단하고 야윈 영혼들이 이제 집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마디마디 흩어진 그들의 손을 잡 아 주겠다고, 진실로 따스하게 그 이름들을 불러 주시오 기다립니다 우리는 사시사철 기다렸고, 눈보라 치고 비바람 불어도 천지에 찔레꽃 피어나는 오월처럼 기다립니다 이토록 깊고 길고 서러운 어둠의 문 안에서, 문밖에서 그 문이 환하게 열릴 때까지 우리는 기다리고 또 기다릴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