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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의 지붕이라 불리는 운장산 아래 진안군 주천면 대불리 개화마을 화양산 정상에는 제극(帝極), 성극(聖極), 황극(皇極)의 삼극을 제사 지내는 삼극단(三極壇)이 있습니다. 삼극단은 이 고장의 유학자 수당 이덕응 선생께서 나라의 독립을 기원하며 수십년간 제사를 지낸 곳으로, 고종황제의 복위를 기원하는 제사에서 출발하였기 때문에 황단(皇壇)이라고도 부릅니다. 우리 역사에서 나라가 위기에 빠질 때 의식있는 선비들은 의병을 일으켜 싸우기도 했고, 목숨을 끊어 저항하기도 했으며, 은거와 함께 제자를 기르며 새로운 시대를 준비하기도 했습니다. 수당의 스승인 연재 송병선은 을사늑약이 체결되자 스스로 목숨을 끊어 일제에 저항한 분으로, 제자들에게 '비통함과 원통함을 참고 목숨을 걸고 도(道)를 지켜야 하며, 나무껍질을 먹고 시냇물을 마시다라도 몸을 깨끗이 하고 자정(自靖)하라'는 유언을 남겼다고 합니다. 수당 선생은 스승의 유지를 받들어 대불리에 은거하면서 제자들을 육성하였고, 황단 제사를 지내며 조선의 독립을 기원하였으며, 고종황제가 승하한 1919년부터는 삼극을 함께 제사 지내기 시작했습니다. 이에 황단제는 단순한 제사가 아니라 일제 치ㅏ에서 제자들의 마음을 하나로 단합시키는 구심적 역활을 하였고, 황단 제사 자체가 복벽(復辟)운동의 일환이었던 것입니다. 이후 선생은 전국 300개 군현에 황단을 설단코자 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하고, 전북과 충남 7개소에 설단하게 되었으며, 현재는 화양산 황단만이 유일하게 남아있습니다. 이러한 황단제는 선생의 자부 김영기 여사와 후손 및 제자들의 정성으로 100년이 넘게 지속되고 있어 진안군의 자랑일 뿐만 아니라, 우리 역사에 있어서도 의미있는 행사라 할 것입니다. 또한 후손가에는 초상화와 고서적, 고문세등 수당 선생과 관련 유품 700여점이 보존.관리되고 있는데, 그 중 480여점이 이번 특별전에 선보이기 되어 더욱 뜻 깊게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