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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8 - 칠레에서 2019년 시위를 계기로 피노체트 시절 제정한 현행 헌법을 대체할 새 헌법이 만들어지고 있다. 현재 제헌의회가 초안을 작성 중인데 올해 하반기에 새 헌법을 채택할 지를 결정한 국민투표가 실시된다. 칠레의 36살 가브리엘 보리치가 어제 막 대통령 취임식을 가졌다. 반세기만의 급진 좌파 대통령, 24명 장관 중 14명이 여성으로 서반구 역사에서 가장 많은 여성 장관들로 꾸려 진 페미니즘 내각. 취임식을 갖자마자 데모하느라 체포됐던 140여명 시위자들에 대한 모든 소송을 기각시켜 버렸다. 취임식에서 단 1%가 칠레부의 1/4를 갖고 있는 불평등을 타파하겠다고 일성했다. 또한 라틴 아메리아의 '그린 혁명'을 주도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우고 차베스가 주도한 핑크 타이드의 핵심이란 게 풍부한 남미 자원으로 불평등을 타개하겠다는 거였 다. 하지만 불평등은 더욱 심화됐고, 남미 전체가 채굴의 각축장이 되었고,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 이어 지구상에서 기후위기의 여파에 가장 먼저 부서지고 말았다. 보리치의 '그린 혁명'은 지난 핑크 타이드의 핵심을 거꾸로 뒤집는 것이다. 리튬 등 자원 채굴에 의존하지 않고 기후위기와 불평등에 맞서겠다는 것이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아 마도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은 과학자들을 선대위에 합류시킨 게 보리치캠프 였을 게다. 그중 두 명의 과학자가 장관이 됐다. 2050년까지 칠레를 탈탄소 사회로 이행시키고, 탄소 감축과 생물다양성을 위해 습지를 비롯한 공유지를 보호하고, 민영화로 망쳐진 국가 물 관리 시스템을 대대적으로 뜯어고 치겠다는 계획을 분주하게 진행시키고 있다. '죽음의 정치'가 아니라 '생명의 정치'로 이행해야 한다는 콜롬비아 유력 대선후보와 보 우소나루가 싸놓은 똥을 치우겠다고 벼르고 있는 브라질의 룰라까지, 칠레 보리치 정부 의 성공 여부에 따라 두 번째 남미 핑크 타이드는 그린 혁명으로 가는 어떤 단초의 풍경 을 제공하게 될 것 같다. 지구 반대편 저 젊은 총각 대통령이 잘 해냈으면 좋겠다. 여기 지구 반대편 한국에서 대 통령선거 후유증을 앓고 있는 입장에서 아무튼 부럽고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