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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7 - 그는 1990년 민주 정부 회복 이후 중도좌파와 중도우파가 주로 집권해온 칠레에서 30여 년 만에 가장 왼쪽에 서 있는 대통령이기도 하다. 칠레대 재학 시절인 지난 2011년 교육개혁을 요구하는 칠레의 대규모 학생시위를 이끈 보리치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대선 결선투표에서 극우 안토니오 카스트 후보를 56%대 44%로 꺾고 당선했다. 지난 2019년 수도 산티아고 지하철 요금 인상이 촉발한 대규모 사회 불평등 시위를 계 기로 칠레 사회에 신자유주의에 대한 반감이 커지고 변화를 향한 열망이 높아진 것이 젊 은 좌파 지도자의 부상으로 이어졌다. 칠레는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군부정권(1973∼1990년)이 적극적으로 도입한 신자유주의 시스템의 실험실이자 요람 같은 곳이었는데, 보리치 대통령은 후보 시절 칠레를 신자유 주의의 '무덤'으로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이날 함께 취임한 새 내각도 대통령만큼이나 젊다. 새 장관들의 평균 연령은 42세이며, 여성이 과반을 차지했다. 보리치 대통령과 함께 학 생 시위를 이끈 카밀라 바예호, 피노체트 쿠데타로 축출된 살바도르 아옌데 전 대통령의 손녀 마야 페르난데스 등도 입각했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한 칠레 국민의 기대를 한 몸에 받으며 새 정부가 취임했으나 앞길 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칠레 의회가 좌우로 팽팽히 나뉘어 있어 중요 정책 추진에서 야당의 저항에 부딪힐 수밖 에 없다. 지난 대선에서 반이민 정서 등을 자극한 극우 후보 카스트가 예상 밖 선전을 거뒀다는 점도 칠레 사회의 분열상을 보여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으로 인한 경제 성장 둔화와 고물가도 보리치 대통령 앞에 놓인 과제다. 당장 올해 새 헌법 국민투표를 순조롭게 치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