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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향리 시간 푸줏간의 고기처럼 폭탄의 잔해를 진열한다. 갈고리에 꿰어 피를 흘리며 걸려있는 살덩어리처럼 폭탄을 걸어 진열한다. 푸줏간이야말로 삶과 죽음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현장이기 때문이다. 푸줏간에 오래 머물고 싶은 사람은 없다. 그러나 매향리의 푸줏간은 탈출구가 없다. 미로다. 흥분할수록 길길이 날뛴다고 길이 보일 수는 없다. 흥분할수록 폭탄의 숲에 갇히고 만다. 미아가 된다. 성찰이 필요하다. 자신의 참모습을 찾아야 길이 보인다. 찢어지고, 녹슬고, 그래도 살아야 한다고 여기에 따개비가 붙었던 폭탄의 잔해들, 시체를 보며 우리는 우리의 시간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매향리의 현재의 시간은 곧 오늘의 우리 모두의 시간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