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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혼(鎭魂)
모진 세월이었습니다.
다시 쓰러진 산하에 아롱진
눈물의 기억을 풀어 놓겠습니다.
죽음의 먹구름이 막 몰려오던 그해 봄
아비와 아들은 토벌대에 걸려들어
주정공장 수용소에서 죽도록
곤욕질 당했습니다.
천형 같은 도피자가족으로
낙인찍힌 식구들은 육지형무소로
끌려간다는 기별에도
따뜻한 한마디 전할 수 없었습니다.
이미 나라는 세워졌지만
해방조선 빨간 우표로 보내온 엽서 한 장이
마지막 사랑이었나 봅니다.
이제 나는 나직이 노래합니다.
까마귀 소리 처량한 울음 따라
눈물마저 말라버린 한 많은 세월
주정공장 수용소 긴 벼랑 붉은 동백꽃이
뚝뚝 떨어 질 때 그 고운 사람들은
어디로 어디로 갔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