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page


190page

고 육군대령 밀양박공 진경 추도비
190page

박진경대령 암살사건에 연루된 군인은 모두 아홉명이었다. 체포된 군인은 모슬포 제9연대 창설 초기부터 소대장을 거쳐 중대장으로 복무하던 문상길 중위와 손선호 하사, 배경용 하사, 양회천 이등상사, 신상우 하사, 강승규 하사, 황주복 하사, 김정도 하사 등 8명이다. 무장대 측 자료에 의하면, 암살사건 관련자 중 이정우 하사는 소총 하나를 들고 입산하여 무장대에 합류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박진경 연대장을 직접 총으로 암살한 군인은 부산 5연대에서 파견된 손선호 하사다. 이들은 모두 고등군법회의에 회부되었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 하루 전인 1948년 8월 14일 열린 선고공판에서 재판부는 문상길 중위를 비롯해 손선호, 신상우, 배경용 하사관 등 4명에게 총살형을 언도했다. (이들 중 신상우, 배경용 하사는 총살형 집행 직전 특사에 따라 무기형으로 감형됐다.) 또한 양회천 상사에게는 무기징역을, 강승규 하사에게는 5년 징역을 각각 선고했으며, 황주복 김정도 하사에게는 증거불충분으로 무죄가 선고됐다. 문상길 중위와 손선호 하사는 결국 9월 23일 경기도 수색의 어느 산기슭에서 총살형으로 짧은 생을 마감했다.
190page

다음은 문상길 중위가 남긴 법정 최후진술이다. "이 법정은 미군정의 법정이며 미군정장관 딘 장군의 총애를 받은 박진경 대령의 살해범을 재판하는 인간들로 구성된 법정이다. 우리가 군인으로서 자기 직속상관을 살해하고 살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죽음을 결심하고 행동한 것이다. 재판장 이하 전 법관도 모두 우리 민족이기에 우리가 민족반역자를 처형한 것에 대하여서는 공감을 가질 줄 안다. 우리에게 총살형의 선고를 내리는 데 대하여 민족적인 양심으로 대단히 고민할 것이다. 그러나 그런 고민을 할 필요는 없다. 이 법정의 성격상 당연히 총살형이 선고될 것이며, 우리는 그 선고에 마음으로 복종하며 법정에 대하여 조금도 원한을 가지지 않는다. 안심하기 바란다. 박진경 연대장은 먼저 저 세상으로 갔고, 수일 후에는 우리가 간다. 그리고 재판장 이하 전원과 김 연대장도 장차 노령해지면 저 세상에 갈 것이다. 그러면 우리와 박진경 연대장과 이 자리에 참석한 모든 사람들이 저 세상 하나님 앞에서 만나게 될 것이다. 이 인간의 법정은 공평하지 못하여도 하나님의 법정은 절대적으로 공평하다. 그러니 재판장은 장차 하나님의 법정에서 다시 재판을 하여 주기를 부탁한다." ('김익렬 장군 실록유고'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