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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평화회의 대표단 여러분! 참으로 일본이 우리 한국에게 행한 짓이 공평한 도리를 해 치지 않는다고 생각하십니까? 또한 일본이 세계만방에 신의를 지키고 있다고 여기십니까? 우리나라 백성들은 비록 맨손으로 스스로 분연히 떨쳐 일어나도 어떻게 하기 가 힘든 것 을 알고 있으나 우리는 자나 깨나 우리나라와 우리 임금을 잊지 않고서 서로서 로 “언제나 하늘이 우리를 굽어 살피시어 좋은 운수가 돌아올 것인가?” 라고 개탄하며 수 치를 무릅쓰 고 모욕을 참으면서 온갖 고난을 겪어 온 지 이미 10년이나 되었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표 여러분이 세계평화회의를 개최한다는 소식을 듣고서 모두 크게 떨쳐 일어나 “진실로 모든 나라가 평화롭게 된다면 우리 한국도 모든 나라가 운데 하나이 니 어찌 우리나라만 평화롭지 않게 하리오.” 라 하였고, 다시 폴란드 등 여러 나라가 독립 한다는 말을 듣고는 또 군중이 모여 만세를 부르며 “평화회의에서 독립이 이 미 결정되었 다니, 저들 나라는 어떤 나라이며 우리나라는 어떤 나라이리오. 세계를 하나로 여기는 마음이 또한 이와 같도다. 하늘의 좋은 운수는 때가 되 면 다시 돌 아오니 대표 여러분들은 이제 해야 할 일을 마치게 되고, 우리들은 이제부터 모두 내 나 라를 가지게 될 것이니 우리가 당장 죽어 구렁에 뒹굴 지라도 백골 또한 그 은혜를 잊지 않을 것이다.”라고 하였습니다. 모두 눈을 부릅뜨고 기쁜 소식 기다렸더니, 지체되는 사이에 하늘 또한 무심 하여 하룻밤 사이에 갑자기 우리 임금이 승하하시니 온 나라가 슬픔에 잠기고 원통함이 천 지에 가득했 지만 호소할 곳이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임금의 장례 날이 되자 모든 종교와 각 사회단체, 남녀노소가 대한 독립만세를 부르짖으며 우리 임금의 영혼을 위로하였으며, 비록 일제의 체포와 심한 매 질과 살육이 번갈아 눈앞에 닥쳤어도 죽음을 돌보지 않고 맨손으로 앞 다투어 나섰습니다. 여기에서 억울한 속내가 오래오래 쌓이면 반드시 쏟아져 나옴을 볼 수 있고 , 또한 여러 대표 분들이 기회를 열어주고 용기를 북돋아 주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하릴없이 세월만 흐르고 아직도 확실한 조치를 볼 수 없어서 한편으로 는 의심하고 한편으로는 괴이하게 여기며 우리나라의 실정을 스스로 전달할 길이 없는 것 을 안타까워 하고, 중도에 일을 꾸미는 일본인들이 거듭 속임수를 써서 여러분들의 눈과 귀를 현혹하 지 않았는지 걱정했습니다. 그래서 다시 분명히 밝히고자 합니다. 하늘이 만물을 낼 때 반드시 그마다 능력을 주어 작게는 물고기와 조개, 곤충도 모두 자유로이 활동할 수 있게 하였습니다. 사람 이 사람 되 고 나라가 나라 되는 것도 실로 또한 자신과 제 나라를 다스릴 능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 입니다. 우리 한국이 비록 작으나 3천리의 강토와 2천만 명의 인구와 4천여 년 역사를 지니고 있 으니, 우리나라 일을 담당할 능력을 지닌 사람이 자연히 부족하지 아니할 터 인데, 처음으 로 어찌 이웃나라가 대신 다스리는 것을 바라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