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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창 독립운동 이야기 301 1919년 고종황제가 죽었다는 소식은 이주환에게 큰 슬픔으로 다가 왔다. 충과 효의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했던 유림에게 고종황제의 죽 음은 충성의 대상이 사라짐을 의미했기 때문이다. 그는 한참을 슬퍼 하다가 눈물을 거두고 무언가를 결심한 듯 면사무소로 걸어갔다. 면 사무소에 도착하자마자 직원에게 자신의 호적 을 보여 달라고 요구하 고는 그것을 보자마자 찢어 버렸다. 앞서 일제를 향해 세금 내기를 거부했던 것처럼, 호적을 찢는 행동을 통해 자신이 일제의 지배를 받는 백성이 아닌 대한제국의 백성이란 사실을 증 명하고 싶어서였다. 자신을 말리는 사람들을 뒤로한 채, 곧바로 그는 거창읍에 있는 침류정 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성암사 입구 호적 한 가구의 대표자를 중심으로 그 집 에 속하는 사람들의 이름, 생년월 일 등을 기록한 공문서이다. 2008 년 가족관계 등록부로 대체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