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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8 129 이천 이야기보따리 2 “아이고, 젊은 양반 말도 마시오. 우리 아버지께서 내가 태어 나기 직전에 약초를 캐러 효양산에 가셨다가 소식이 끊겼 다오. 그래서 내가 직접 아버지를 찾아 집을 나섰지. 그때가 일곱 살이었는데 효양산에 도착하니 이렇게 백발노인이 되 었다오. 그곳에서 돌아가신 아버지 무덤에 절을 올리고 지 금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라오.” 노인의 말을 듣고 난 신하는 맥이 탁 풀려서 다리가 후들거렸 어요. 그러거나 말거나 노인은 짧은 쇠지팡이를 짚고 일어서며 말을 이어갔어요. “이 쇠지팡이가 말이지, 내가 일곱 살 때 2미터가 넘던 거였 어. 나보다 훨씬 컸었지. 그런데 효양산을 다녀오느라 닳고 닳 아서 이렇게 짧아졌지 뭐요. 이러니 내가 살아서 고향에나 닿 을 런지 참... 아무튼 서로 갈 길이 바쁘니 여기서 그만 헤어져 야겠소. 잘 가시오.” 노인은 짧은 쇠지팡이에 의지해서 가던 길로 걸어갔어요. 신하는 그만 제자리에 털썩 주저앉고 말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