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page

108 109 이천 이야기보따리 2 “허허허, 그게 정말이오? 그렇다면 모두들 비석에 자기 이름 과 장원급제라고 새길 것이 아니오?” “마음이야 그렇겠지만 나랏법이 어디 그리 호락호락한가요? 함부로 새겼다가는 곤장을 맞을 겁니다.” “그렇겠지. 그럼 다들 무어라 새긴단 말이오?” “자기 이름과 마음을 새긴다네요. 석공의 말을 빌리자면 나 라의 충신이 되고 백성을 위해 열심히 일하겠다는 다짐이 많다지요.” “아, 과거급제보다 더 중요한 걸 여기서 배우는군! 그나저나 그 석공을 만나려면 어디로 가면 되오?” “아주 가깝습니다. 대문을 나서서 느티나무가 보이는 삼거리 로 쭉 올라가시면 되죠.” “알려줘서 고맙소. 얘기도 아주 잘 들었소.” 선비는 국밥을 맛있게 먹고 석공을 찾아갔어요. 비석거리라 는 길가엔 정말 크고 작은 비석들이 많이 있었어요. 고향이나 이름, 그리고 여러 다짐들이 새겨져 있었지요. 석공의 집도 금방 찾아냈어요. 선비 몇 명이 어느 집 앞을 서 성거리고 있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