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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 이천 이야기보따리 2 반쯤 그을린 나래를 부둥켜안고 농부는 나래를 불렀어요. 그 러나 나래는 아무 대답이 없었어요. 힘차게 흔들던 꼬리도 축 늘어져 움직이지 않았어요. 차갑게 식은 나래를 안은 채 농부는 주변을 둘러봤어요. 언덕 밑에서부터 올라오던 시커먼 불길자국이 나래 앞에서 뚝 끊어 져있었어요. 그제야 농부는 깨달았어요. 자기를 살리려고 밤새 온몸을 던 진 나래의 모습이 그려졌어요. “나 때문에 네가... 미안하다, 나래야. 정말 미안해. 흑흑흑...”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을 닦지도 않고 농부는 나래를 오래도 록 안고만 있었어요. 며칠 뒤, 나래가 숨을 거둔 언덕에 커다란 비석이 하나 세워 졌어요. 농부가 나래를 위해 만든 기념비였어요. 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