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page

90 91 이천 이야기보따리 2 다시 개울로 간 나래는 이번엔 아주 오랫동안 물에 몸을 담갔 어요. 언덕 위로 와서도 농부에게 가지 않았어요. 오히려 저만 치 떨어진 곳에 누웠어요. 불길을 막는 위치였어요. 농부 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나래는 거친 숨을 몰아쉬었어요. 그리고 농부를 처음 만난 날처럼 울기 시작했어요. “끼잉 끼이잉 멍멍... 멍멍... ” 불길은 빠르게 번져와서는 나래를 덮쳤어요. ‘치직 치지직 치이이익...’ 불길은 멈추지 않고 나래 등에 올라탔어요. 불은 너무너무 뜨 거웠어요. 그래도 나래는 꼼짝하지 않았어요. 그저 농부의 모 습이 자꾸 아른아른해져서 슬펐어요. “끼잉 끼이잉 멍.. 멍...” 나래의 울음소리가 점점 희미해질 즈음, 멈출 줄 모르던 불길 도 차츰 힘을 잃어갔어요. 불길은 결국 나래를 넘지 못하고 회색 연기로 사라졌어요. 안 타깝지만 나래의 숨소리도 연기처럼 하늘높이 사라졌어요. 다음 날 아침, 날이 밝고 닭이 울었어요. 무엇 때문인지 다른 날보다 유난히 크게 울었어요. 그 소리에 농부도 깨어났어요. “어이쿠, 내가 길에서 쓰러져 잠들었었네. 어서 집으로 가야 겠다.” 그런데 농부는 자기 옷이 너무 축축하다는 걸 느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