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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이천 이야기보따리 2 59 달님이 내 소원을 들어준 걸까요? 정말로 나는 도니울 마을 에서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고 있어요. 얼마나 오래 살았냐고 요? 내가 지금 오백스무 살이 넘었으니 오백이십 년쯤 살았겠 네요. 난 은행나무예요. 우리 은행나무들은 천둥, 벼락을 맞아 불에 타거나 사람들이 일부러 베어내지 않는 한 천년까지도 살 수 있어요. 그런데 나도 딱 한 번 큰일 날 뻔한 적이 있었어요. 아마 사백 스무 살쯤 됐을 때일 거예요. 그 해에는 비가 너무 안 와서 마을에 큰 흉년이 들었어요. 밥은커녕 죽을 끓일 만한 것도 없어서 마을 사람들은 나 무껍질이나 풀을 끓여 먹기도 했어요. 내 팔에 매달리고 그늘에 서 뛰어놀던 아이들도 배가 고파 서 놀지도 못하고 울기만 했어요. 나도 은행을 많이 만들지 못했어요. 결국 우리는 춥고 배고픈 겨울을 맞이하고 말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