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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45 이천 이야기보따리 2 “이상하다. 내가 꿈을 꿨나? 분명 뭔가 펑 터지는 소리가 났 는데... 아차! 삼신할머니랑 만나기로 약속한 날인데 이 런...” 그제야 정신이 든 중매쟁이는 세수는커녕 눈곱도 못 떼고 집을 나섰어. 신발도 신는 둥 마는 둥 정신없이 뒷산으로 달려갔지. 펑 터진 첫 번째 자루에서 쏟아져 나온 거짓말은 처음 보는 세상이 신기했어. 마침 바람이 불어와서 거짓말은 얼른 바람을 잡아탔지. 그리고는 세상 속으로 넘실넘실 스며들었어. 거짓말 한 섬이 거짓말처럼 사라졌어. 허겁지겁 뛰어오던 중매쟁이도 그걸 봤어. 거짓말 한 섬이 너 무 아까웠지만 후회할 시간이 없었어. 왜냐고? 왜긴, 하늘에서 커다란 거짓말 한 섬이 또 떨어지고 있었기 때문이지. 그런데 이를 어째? 두 번째 거짓말은 아주 오래된 나무 우듬 지에 척 걸리고 말았어. “ 슈우웅- 푹! 피슈슈슈 슉~ ” 우듬치에 걸려 찢어진 자루 사이로 두 번째 거짓말이 빠져나 왔어. 두 번째 거짓말은 나무꼭대기가 너무 무서웠어. 그래서 얼른 나무속으로 스며들었지. 그 바람에 나무는 온몸이 흔들리더니 뿌리까지 뽑히고 말았어. 나무는 종이를 만들기에 안성맞춤이 었고, 종이로는 책을 만들기 좋았지. 책에 진실만 있는 게 아 니고 거짓말도 있는 건 다 이런 이유 때문이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