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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 송와 박영관 선생 사적 <국가지정문화재 명승으로 지정 예고된 옛길 6곳 중 갈재> 박영관은 갈재를 넘어 하염없이 목포까지 걸어갔다. 그가 왜 멀고먼 목포를 목표로 했는지 알 길 이 없지만, 어쨌든 장성 갈재에서 그곳까지는 100km가 훨씬 넘는 거리이다. 족히 300리나 되는 길을 낮에는 다닐 수 없었기에, 일경의 눈을 피해 밤길만 걸었다. 아마도 갈재부터만 해도 일주일 이상은 걸어야 했을 것이다. 그런데 생전 박영관의 증언에 따르면 이때 도저히 믿겨지지 않은 신기 한 일이 있었다고 한다. 즉 밤길에는 방향감이 더 없어서 길을 찾기가 더욱 힘든데, 어디선가 저 멀리 아스라한 곳에 호랑이불이 보였다는 것이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그 불빛을 등대삼아 가까이 가면 어느새 또 불빛이 저만큼 멀어져 있었다. 이렇게 호랑이 눈처럼 형형한 호랑이불과 밤새 씨름 하며 따라가다 보니 어느새 바닷가 목포에 다다랐다는, 전설 같은 얘기이다. 하지만 사람은 누구나 다 살면서 마치 사람의 영역 밖에 있는 것처럼 한두 번쯤은 믿기 힘든 일을 겪는다. 때로는 그것이 불행을 가져다주기도 하겠지만 온통 왜놈 천지에 그 앞잡이가 판치던 시절, 다행히 잡히지 않고 무 사히 목포를 갔으니, 신령의 가호가 따랐던 것이리라. 이상, 박영관이 겪고 증언한 무장의 3.1만세운동을 필자가 나름대로 상상력을 동원해 재구성해보 았다. 보다 상세한 기록이 있으면 좋겠지만, 더 이상 명확한 자료가 나오기는 힘들 것 같다. 그러나 비록 이야기의 큰 줄기만 남았다 하더라도 우리는 여기서 다음 세 가지 의문점을 반드시 짚고 넘어 갈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