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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 3)권두시 생명의 편지 작시:사윤수 이제야 편지를 꺼냅니다 암흑의 세월 속에 간직해온 오랜 편지를 이제야 읽습니다 그날 밤, 식구들 어린 자식들 잠든 모습도 못 보고 끌려가신 아버지, 뭐가 잘못인지 죄인지도 모른 채 그 무섭고 아득한 길을 가셨겠지요 서로 넘어지고 마디마디 부서지며 총칼에 죽임을 당한 곳이 여기 입니다 여기가 눈앞이건만 영원히 돌아올 수 없는 먼 길 맨발에 살이 썩고 뼈가 녹아 그 핏물 천리에 다 스며들었겠지요 그러나 죽어도 죽을 수 없어 우리의 아버지들과 할아버지와 이웃들이 끔찍하게 파묻힌 이곳은 언제나 차디찬 겨울입니다 하루도 한 시도 잠들지 못하고 봄을 기다리는 피눈물의 이름들입니다 애비 없는 자식이라 소리 들으며 저희도 서러운 날들을 견뎌 왔습니다 아버지를 기다리며 아버지를 찾아 사무친 등불을 날마다 밝히고 있습니다 사윤수시인(유족2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