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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4 - 뭐가 잘못인지 죄인지도 모른 채 그 무섭고 아득한 길을 가셨겠지요 서로 넘어지고 마디마디 부서지며 총칼에 죽임을 당한 곳이 여기입니다 여기가 눈앞이건만 영원히 돌아올 수 없는 먼 길 맨발에 살이 썩고 뼈가 녹아 그 핏물 천리에 다 스며들었겠지요 그러나 죽어도 죽을 수 없어 우리의 아버지들 묻힌 이곳은 언제나 겨울입니다 하루 한 시도 잠들지 못하고 봄을 기다리는 피눈물의 이름들입니다 애비 없는 자식이라 소리 들으며 저희도 서러운 날들을 견뎌 왔습니다 아버지를 기다리며 아버지를 찾아 사무친 등불을 날마다 밝히고 있습니다 내 국가여, 총검의 역사 속에서 말 한 마디 못한 채 목숨이 베이고 쓰러져간 님들에게 이제 진혼곡을 불러주시오 얼어붙은 눈물이 녹고 그 이름을 바로 세우는 따스한 봄날을 어서 열어 주시오 이 상처와 아픔을 다 보듬기 전에는 대한민국은 아직 죄 많고 부끄러운 나라이며 어떤 발전과 구호도 위선일 뿐입니다 국가에 의해 가혹하게 죽임을 당한 영혼님들이 해원상생하고, 이제 되었다고 할 때까지 대한민국은 참회 속죄하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