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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3 - 칠팔십년 세월이여 어이타 물같이 흘러가 버렸나이까 경주 피학살자 영가여! 참으로 분하고 슬프고 원통하도다! 산야는 고색창연한 천년 역사를 간직하고 뽐내고 있건만 회색빛 한 줌의 재는 왜 그렇게 어두운 그림자로만 보여지는가? 이제 우리는 구곡간장(九曲肝腸) 찢어지는 슬픔을 거두려 하나이다. 온 것이 아니니 간 것도 아니라는 학살의 현장을 보고 정녕 깨우치게 하고 말리라. 잔혹한 시대의 형상이 아님을 똑똑하게 기억하리라 기억하고 역사에 길이 남기리라 아! 보고 싶은 조부모 형제 천상에서 재회(再會)하리라! 한장의 고유문 불에 태워 바람에 날려 천상(天上)에 계시는 님들에게 보내드리리라 경주 피학살자 영가여! 후예들의 지조와 신념으로 역사에 길이 남긴 발자취 삼가 맑은 술과 제수로 공손히 올리오니 원하옵건데 흠향 하옵소서 상임대표의장 윤호상 생명의 편지 / 사윤수시인 이제야 편지를 꺼냅니다 빛이 없는 어둠의 세월 속에 간직해온 오랜 편지를 이제야 읽습니다 그날 밤, 식구들 어린 자식들 잠든 모습도 못 보고 끌려가신 아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