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page

- 99 - "72년이라는 긴 세월이 지나서야 억울한 죽음에 대한 진실을 밝히고 명예회복이라도 해 드리고 싶어 오늘 무거운 마음으로 이제나마 위로의 비를 세우게 됐습니다." 오늘(26일) 오전 인천 서구 불로동의 한 삼거리에서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자 유족 들이 모여 원혼비를 세우고 위령제를 가졌습니다. 유족들이 하얀 원혼비를 세운 곳은 삼거리의 한 교통섬. 유족들이 70여 년 전 학살당한 가족의 시신을 수습한 곳은 사유지화가 돼 바로 옆 공유 지인 교통섬에서 희생자들의 넋을 달랠 수밖에 없습니다. 72년 전 평범한 농부였던 아버지가 하루아침에 ‘빨갱이’라는 누명을 쓰고 경찰에 총살당 했다는 정금모씨는 죽기 전에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진상을 명확히 밝히고 싶습니다. [인터뷰 / 정금모 한국전쟁전후민간인피학살자 전국유족회 인천지회장] "정부가 서울을 버리고 피난을 갈 정도로 긴박했던 당시, 이곳 김포 주민들은 피난할 겨 를도 없이 적군 점령지에 남겨졌습니다. 그런데 수도권 탈환 이후 적군에게 협력했다는 반역자로 낙인을 찍어 수많은 주민들이 무참히 학살당한 거죠." 정씨를 포함한 유족들은 이날 눈가를 붉히며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자들에 대한 진 상조사와 명예회복이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호소했습니다. 최근 출범한 제2기 진실화해위원회는 민간인 희생사건 조사지역에 인천, 김포지역을 포 함시켰습니다. 전국에서 접수한 한국전쟁과 관련한 진실규명 요청건수는 9천여건, 이중 인천, 김포지역 진실규명 요청건수는 60여 건에 달합니다. 다행히 인천, 김포지역에서 진실규명을 요청한 민간인 학살사건은 모두 근거가 타당한 것으로 판단돼 내년 5월 27일부터 조사가 개시될 예정입니다. [인터뷰 / 진실화해위원회 관계자] "조사를 해서 진실규명 결정이 되더라도 법원에 민사소송 제기하고 변호사 선임하고 이 런 과정은 반복될 것 같아 안타까운 상황입니다. 70년 넘게 기다려오신 분들을 위해 이 런 민사 절차를 생략하려고 특별법도 발의된 상황인데, 국회에서 통과가 잘 안 되고 있 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