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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0 - 가장 유명한 볼거리로 꼽힌답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광화문 한복판 몇천 평 부지 에 한국전쟁민간인학살추모관이 들어선 느낌이겠죠? 이념관 역시 지난번에 소개해드린 '걸림돌(Stolperstein)'과 마찬가지로 시민단 체의 관심과 요구에 정부가 응답하는 과정에서 탄생했어요. 80년대 말 방송기자 와 역사가를 중심으로 단체가 결성되어 유대인 추모비 건립을 위한 기부금 모금 이 시작되었고, 이어 독일 연방의회가 결의안을 통과시키면서 프로젝트가 본격적 으로 가속화되었어요. 1994년에 건축디자인 공모가 열렸고, 1999년에 건축가가 결정된 이후에도 세 차례의 공개토론회를 거쳐 최종 디자인이 확정되었어요. 정권이 교체되면 도 시계획이 전면 재정비되고 이미 시작된 사업도 책임자가 바뀜에 따라 백지화되기 일쑤인 우리네 모습과는 달리, 독일답게 꽤 오랜 시간 시행착오를 거쳐 지어진 것이 바로 이 기념관이에요. 물론 분석하기를 좋아하는 독일인답게 이 기념관 역시 여러 비판을 받기도 해 요. 그러나, 이곳을 방문해서 콘크리트 기둥 사이사이를 거닐어 본 사람이라면 이 장소가 주는 경외감을 부정하지는 못할 거에요. 입구도 없이 출구도 없이 어 디로든 들어가 어디로든 나갈 수 있고, 낮아졌다 높아지기를 반복하는 기둥 너머 로 도시의 풍경이 나타났다 사라지며, 그렇게 길을 따라 현실 세계와 사유의 세 계를 넘나들다 보면 어느새 방향감각을 잃고 길을 잃기도 해요. 모퉁이를 돌다 낯선 사람과 마주쳐 서로서로 놀라게한 상황에 멋쩍은 미소를 주고받고, 기둥사이를 뱅글뱅글 돌다보면 혹시 영원히 이 미로에서 빠져 나가지 못하면 어떡하지? 하는 뜬금없는 걱정에 휩싸이게 되죠. 건축가가 의도했던 불안 하고 혼란스러움을 온몸으로 느끼고 나면, 누군가를 기억하고 추모한다는 것을 머리가 아닌 몸으로 겪어야 하는 감각이라는 것을 비로소 알게 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