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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9 - 안녕하세요, 모두 잘 지내시죠? 베를린은 지난주부터 무더위가 시작되었어요. 햇빛을 사랑하는 이곳 사람들은 더운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공원이며 호숫가에 삼삼오오 모여 여름을 만끽하고 있어요. 저도 오랫만에 베를린에서 가 장 큰 공원인 티어가르텐(TIERGARTEN)으로 산책을 다녀왔어요. 공원을빠져나오면독일의승리와번영을상징하는브란테부르크문(BRANDENBU RGER)이 나오고, 길을 따라 조금만 내려오면 수천개의 직육면체콘크리트 기둥이 빽빽하게 심어진 특이한 구조물이 등장해요. 여느 공원과 같이 사람들이 기둥 사 이를 유유자적 걸어 다니거나 낮은 기둥을 벤치 삼아 걸터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이곳은 유대인을 추모하기 위해 건립된 홀로코스트 기념관이에요. 2005년에 개관한 이곳은 약 5,700부지에 2,711개의 콘크리트석비로 가득 차 있었어요. 석비 크기는 가로 283cm에 세로 95cm로 동일한 대신, 높이가 20cm 에서 4,7m까지 제각각이에요. 일정한 간격으로 늘어져 있는 석비들은 멀리서 보 면 마치 잿빛 파도가 일렁이는 것 같은 형상이에요. 어디에도 안내판을 찾아볼 수 없어요. 석비 역시 글자 한자 없이 매끈한 콘크리트 덩어리로 만들어져 얼핏 보면 유명 한 건축가의 실험적인 구조물 정도로 보이기도 하죠. 추상적인 형태와는 대조적 으로, 이 장소는 '학살된 유럽 유대인을 위한 기념물(DenKmal fur dieermor deten Juden Europas)'이라는 이름을 지녔어요. 뭉뚱그리지 않고 정확하면서 단호하게 학살의 행위를 이름에 명시했다는 점이 강렬하게 다가오죠. 기념관이 조성된 부지는 베를린장벽이 지나던 곳으로, 제2차 세계대전에는 히틀러의 관저와 벙커가 위치했던 '학살사령탑'이었다고 해요. 지금 은 주변지역에 수많은 대사관이 자리 잡았고 놀랍게도 이 기념관은 베를린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