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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8 - 萬物이 蘇生하는 봄날이 탄생을 상징하고 있는 데서 釋迦의 탄생일이 정해졌다. 만약 그렇다면 이날은 佛敎人만의 명절이 아니라 보편성을 지닌 萬人의 명절이 될 수 있다. 그리하여 사월 초파일은 오래 전부터 우리 민족의 명절로 정착되어 온 것이다. 그것은 서양인들에 의한 聖誕節이 기독교인만의 명절이 아니라 萬人의 명절이 되고 있는 것과 같은 脈絡이라 할 수 있다. 초파일에 신도들은 절에 가서 불공을 드리고 관불회(灌佛會), 연등행사, 탑돌이를 한다. 초파일 행사 중 연등행사가 가장 성대하게 행해지고 초파일하면 너도나도 등을 다는 행사에 참여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석가탄신일인 초파일에 등을 단다는 것은 무명 (無明)을 밝힌다는 불교적 의미가 일차적으로 존재하지만, 그것이 모든 민족의 명절로 선 행하게 된 데에는 생명의 근원이라는 보편적 의미와 그것을 농경의례화한 우리 민족의 지혜가 한데 어우러져 세시풍속으로 또는 민족의 명절로 오늘에 전승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연등행사에서 등(燈)을 만들 때에도 민속적 취향에 따라 수박등, 거북등, 오리등, 일월 등, 학등, 배등, 연화등, 잉어등, 항아리등, 누각등, 가마등, 마늘등, 화분등, 방울등, 만세 등, 태평등, 병등, 수복등을 만들어 연등에 민속신앙의 의미를 한층 더 덧붙였음이 『동국 세시기』 등에 상세히 기록되어 있다. 등을 다는 데에도 등대(燈臺)를 세워서 각종 깃발로 장식을 하고 휘황찬란한 연등을 하 며, 강에는 연등을 실은 배를 띄워 온 누리를 연등 일색으로 변화시킨다. 이와 같은 축제 분위기의 연등행사는 자연 많은 사람들의 구경거리가 되었는데, 이를 관등(觀燈)이라고 한다. 연등과 관등이 있는 곳에는 각종 민속놀이도 성행하였다. 初八日에 하는 놀이를 총 칭하여 파일[八日]놀이라고 하는데, 그 중 형형색색의 등과 그 불빛과 그림자를 이용한 만석중놀이가 있다. 이를 영등(影燈)놀이라고도 하는데, 이때 영등 안에는 갈이틀을 만들어 놓고 종이에 개 와 매를 데리고 말을 탄 사람이 호랑이, 이리, 사슴, 노루 등을 사냥하는 모습을 그려서 갈이틀에 붙이게 된다. 등이 바람에 의해 빙빙 돌아가면 여러 가지 그림자가 비친다. 그 리고 호화찬란하게 장식한 등대에 많이 달 때에는 10여 개의 등을, 적게 달 때에는 3개 정도를 달았다. 이와 같은 등대를 고려시대에는 사찰뿐만 아니라 관청, 시장, 일반 民家 에 이르기까지 모두 달았으나, 조선시대에 와서는 사찰과 민가로 제한된 듯하고, 오늘날 에는 일가일등운동(一家一燈運動)을 전개하고 있으나 대개 사찰에서만 연등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