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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9 - 지난 달에 있었던 한미정상회담은 그런 면에서 매우 중요한 시사점을 보여줍니다. 두 정상은 공동선언을 통해 새로운 전환기에 한미동맹이 갖는 중요성을 강조하였습니다. 그리고 보건 환경 협력뿐 아니라 우주 분야와 미래의 다양한 의제들 속으로 한미동맹의 지평을 확대하였습니다. 대 한민국의 국격이 달라졌음를 실감할 수 있었던 사건이었습니다. 또한 우리가 걸어온 ‘적극적’ 외교의 길에 의심을 가졌던 사람들의 걱정을 덜어주었습니다. 대한민국이 높아진 K 국격에 걸맞게 많은 일을 선도해 갈 수 있다는 믿음을 주었습니다. 무엇보다 우리는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정책을 올바른 궤도로 이끄는 데 성공했 습니다. 정권교체기마다 ABC, ABB, ABO 등을 꺼내들며 전임 정부의 대북 정책을 부정해 온 과거사 를 바꾸어 놓았습니다. ABT가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이 합의하고 서명한 싱가폴 합의를 바탕으로 대화와 외교를 시작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이것은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의 체제 변환을 추진하지 않고 평화협상을 이어가 겠다는 대북 정책의 기본 정신을 조기에 확인한 중요한 사건이며, 문재인 정부 외교의 커다란 성과입 니다. 또한 ‘북한의 비핵화’가 아니라 ‘한반도 비핵화’를 공식 용어로 채택함으로써 북한의 선행동, 선 비핵화를 강조하며 대화를 경시했던 오바마 행정부의 재탕이 아님을 분명히 하였습니다. 이 또한 의미 있는 진보입니다. 미국이 북한의 체제를 인정하고 양국이 동시 행동을 하는 ‘행동 대 행동’이라는 오랜 규칙으로 복 귀할 것이라는 점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성공적인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 평화의 시계를 다시 째깍거리게 하는 신호등이 켜졌습니다. 때마 침 김정은 위원장은 최근에 진행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대화에 열려 있음을 시사하였습니 다. 남북 대화와 합의 이행을 재개할 수 있는 여건이 조금씩 마련되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의 주도적인 태도입니다. 유엔제재가 극한까지 가해진 상황에서 남북합의를 이행하는 일은 분명 어려움과 한계가 있습니다. 하지 만 제한된 조건에서도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적극적으로 실행해야 합니다. 많은 후퇴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핵실험과 전략 미사일 발사 시험을 중단하고 있습니다. 남북 간 군사합의도 대부분 지켜지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더 후퇴하지 않도록 올해 안에 반전의 계기를 마련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