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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 여는 시 독립의 붓 작시:(김남주·시인, 1946-1994) 독립의 붓을 들어 그들이 무명베에 태극기를 그린 것은 그 뜻이 다른 데에 있지 않았다 다른 데에 있지 않았다 그 뜻 밤을 도와 살얼음이 강을 건너고 골짜기를 타고 험한 산맥을 넘고 집에서 집으로 마을에서 마을로 민족의 대의를 전한 것은 일어나고 싶었던 것이다 한 사람이 일어나고 열 사람이 일어나고 천 사람 만백성이 일어나 거센 바람 일으켜 방방곡곡에 성난 파도 일으켜 항구마다에 만세 만세 조선독립만세 목메게 한번 불러보고 싶었던 것 이다 빼앗긴 문전옥답 짓밟힌 보리와 함께 일어나 빼앗긴 금수강산 쓰러진 나무와 함께 일어나 왜놈들 주재소를 들이치고 손가락 쇠스랑이 되어 왜놈들 가슴에 꽂히고 싶었던 것 이다 동해에서 서해까지 한라에서 백두까지 삼천만이 하나로 일어나 벙어리까지 입을 열고 일어나 우렁차게 한번 외치고 싶었던 것 이다 만세 만세 조선독립만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