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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도서의 설립은 출판에만 목적을 둔 것이 아니었다. 과거 영세한 자본으로 근근이 운영되던 소규모 출판사업의 형태에서 벗어나고자 출판부뿐만 아니라 영업부ㆍ인쇄부까지 두어 책을 기획하여 인쇄ㆍ제책되어 나오기까지의 모든 일괄 체제를 갖추었다. 한성도서주식회사는 처음에는 일간신문의 발간을 계획하였으나 허가를 얻지 못하자 일반 도서출판과 잡지발행으로 목적을 바꾸었다. 초창기에는 정연규(鄭然圭)의 ≪이상촌 理想村≫을 비롯한 번역물 ≪데모스테네스≫·≪짠딱크≫·≪로쏘≫ 등을 출판하였고, 이어 ≪조선대지도≫, 이필수(李弼秀)의 ≪선문통해≫, 톨스토이의 ≪나의 참회≫,강매(姜邁)의 ≪잘 뽑은 조선말과 글의 본≫을 출간하였다. 1920년 후반에는 최남선(崔南善)의 ≪백두산근참기 白頭山覲參記≫·≪금강예찬≫·≪시조유취≫ 등을 발간하여 민족고유의 말과 글, 자연을 통한 민족정신 고취에 힘썼다. 또 시집과 소설을 출판하기 시작하였는데,김동환(金東煥)의 ≪국경의 밤≫을 비롯하여 여류시인 김명순(金明淳)의 ≪생명의 과실≫, 김억(金億)의 ≪안서시집 岸曙詩集≫, 한용운(韓龍雲)의 ≪님의 침묵≫, 김희규(金禧圭)의 ≪님의 심금≫, 이응수(李應洙) 번역의 ≪김삿갓시집 金笠詩集≫ 등 많은 시집을 내놓았다. 소설 분야에서는 노자영(盧子泳)의 ≪영원의 몽상≫·≪처녀의 화환≫·≪표백의 비탄≫ 등을 비롯하여, 오천석 번역의 ≪세계문학걸작집≫을 간행하였고, 이어 김동인(金東仁)·이광수(李光洙)·심훈(沈熏) 등의 작품을 통틀어 실은 ≪현대장편소설전집 現代長篇小說全集≫ 등을 1936∼1938년 사이에 발간하여 민족적인 관심을 끌었다. 이러한 출판물들은 일본군국주의의 우리말 말살정책에 대한 민족적 애국심으로 많은 부수가 팔리기도 했는데, 특히 간도를 비롯한 해외 교포들의 주문이 두드러지게 많았다. 그리하여 1944년에는 창립이래 최초로 주주에 대한 이익금 배당까지 하였다. 1946년 1월 한성도서주식회사는 화재로 큰 피해를 입었지만 1957년까지 존속하였다. 한성도서주식회사는 민간자본이 이루어낸 조선의 출판사였으며, 문화적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데 의의가 있다. 출처 : 한국컨텐츠진흥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