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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까지 극에 달하였다. 교활한 저 섬 오랑캐는 실로 우리가 하늘을 함께할 수 없는 원수가 되었으니 조금이라도 본성을 가진 사람이라면 저들의 가죽을 깔고 자고, 살을 씹어 원수를 갚으려고 하지 않는 사람이 없는데 더군다나 공과 같이 의로운 기운을 타고난 사람은 어떠하겠으며, 공과 같이 면암선생을 스승으로 따르고 존양의 의리를 강구하여 밝히는 사람에게서 이겠는가? 위험을 무릎 쓰고 떨쳐싸우다 죽어 시신으로 돌아왔으니 평소 뜻을 견고히 하였으나 애석하게도 이루지 못하였다. 그러나 선비는 의를 잡을 따름이니 어찌 일의 성패로써 그 우열을 따지겠는가? 둘째 손자 광진과 현손 철석이 시간이 오래 흘러 의로운 자취가 혹시 묻힐까를 염려하여 장차 비석에 새기려고 할 때, 증손 연규가 나에게 글을 부탁하여 여러 후손에게 경계하려고 하였다. 아! 오늘날 위정자를 돌아보면 일본이 깊은 원수라는 사실을 알지 못하고 동반자로 보아 그들의 힘을 빌려 나라의 안보를 지키려고 하니 잘못된 일이 아닌가? 나는 사양하지 않고 붓을 휘둘로 써서 지금과 후세에 의를 저버려 나라를 잃는 자들에게 고하노라. 광복 53년 정축년(1997) 천중절[단오절]에 거창 신사범은 삼가 짓는다. 의령 남대희는 삼가 쓴다. - 자료 출처 : 고창의 의병운동과 독립운동가 (사)고창문화연구회 책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