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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가 일전하자 동방의 찬란하던 유학전통은 무너지고 한학도 깊은 어둠속에 빠져있을때 계산 정원태 선생은 지주처럼 흘립(屹立)하여 횃불을 들고 한학을 계승할 후학들의 앞길을 밝혀주시던 우리시대의 우뚝한 스승이셨다. 선생은 영일정씨 송강○옹의 후손이요 사명 우암 수암 문인으로 이어진 유학가문에서 태어나시어 성재 문인인 조부 桂陵公(계능공)에게서 배워 화서학파의 정맥에 접하였으니 그 학풍의 의리와 기상을 짐작하겠다. 선생은 영민한 자질로 일찌기 경사자집에 회통하고 여러 석학들과 강학하여 큰 덕기를 이루셨다. 제천에서 주림중학교를 설립운영하시고 상경하여 민족문화추진회에서 고전국역사업과 국역연수원의 인재배양에 힘쓰셨다. 그리고 이 문학회 청구시우회 동유회 이악회 등을 지도하시며 시문으로 평생을 자오(自娛)하셨다. 선생은 고금인물과 사적에도 박통(博通)하시어 강설에 거침없으며 소탈하고 화락하신 성품으로 가르치기를 즐거워하셨다. 선생께서 천수를 누리시고 떠나신 뒤로 후학 문생들은 선생의 높으신 학덕을 그리는 마음 더욱 간절해지니 그 추모하는 정을 여기 작은 돌에 새겨 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