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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사천시가 일본 여배우와 함께 태평양전쟁 당시 가미카제(神風) 자살특공대였던 조선 청년의 위령비를 세웠다가 시민단체와 광복회 등이 반발하자 제막도 못하고 곧바로 철거했다. 시민들은 충분한 검토 없이 부지와 예산을 지원한 사천시를 비판하고 있다. 사천시는 14일 "서포면 외구리 체육공원에 세웠던 이 지역 출신 탁경현의 '귀향 기념(祈念)비'(위령비)를 13일 오후 뜯어냈다"며 "건립을 추진한 쪽과 처분 문제를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시 관계자는 "김수영 시장이 시민단체의 방문을 받은 자리에서 철거를 약속해 실천한 것"이라고 말했다. 탁경현(1920년생. 일본명 미쓰야마 후미이로·光山文博)은 일제강점기 아버지를 따라 일본으로 건너가 학업을 마치고 입대했다가 1945년 5월 11일 전투기를 몰고 출격해 숨졌다. 위령비 건립은 일본의 지한파(知韓派) 여배우인 구로다 후쿠미(黑田福美·52) 씨가 지난해 7월부터 추진했다. 1991년 꿈에서 만난 한 조선 청년이 "조선인이 일본인의 이름으로 죽는 것은 억울하다"고 말해 찾아 나섰다가 주인공이 탁경현이라는 생각을 가졌기 때문. 사천시는 위령비 건립 터를 제공하고 기반시설비 1300만 원도 지원했다. 비석에는 '서포에서 태어나 낯선 땅 오키나와에서 생을 마친 탁경현. 영혼이나마 그리던 고향 땅 산하로 돌아와 평안하게 잠드소서'라는 등의 내용이 적혀 있다. 구로다 씨는 10일 일본 취재진 등 30여 명과 함께 위령비 현장을 찾았다. 그러나 제막식이 취소되고 시민단체 회원들이 항의하자 "영혼이 돌아올 수 있도록 위령비를 세웠는데 아쉽다"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출처 : 동아일보 2008.5.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