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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배 (당시28세) 1959년 6월 19일 부산 출생 경남공고. 성균관대 졸업 1986년 6월 고려화학 입사. 살란트 기술부 근무 1987년 8월 노동조합 사무장 1987년 10월 16일 12시 40분경 자재 창고 앞에서 분신 |152| 민족민주열사∙희생자자료집증보판 전두환정권 노동 동지의 삶과 죽음 ‘주면 주는대로’‘시키면 시키는 대로’노예적 굴종의 삶을 박차고 노동자도 인간임을 만천하에 선포했던 ’87년 노동자 대투쟁. 들불처럼 번져가던 열기 속에 고려화학도 예외일 수는 없었다. 바로 그 참담한 노동현실을 딛고 일어서려는 고 려화학 노동조합 건설투쟁의 한 가운데에 바로 동지가 있었다. 노동조합 사무장으로서 헌신적인 활동을 펼쳐 나갔던 동지는 어려운 투쟁의 과정에서 동지들에게는 굳건한 믿음이 되었고 사측에서는 누구보다도 두려운 존 재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사무장으로 임명된 직후부터, 당시 실란트 기술부 부서장이었던 모부 장과 수차례 면담을 가졌던 동지에게는 서서히 시련이 닥쳐오고 있었다. 당시 노조에서 조합비를 징수하면서 일일이 조합원들의 서명을 받는 번거로움 을 피하기 위해 사무장이 일괄해서 대리 서명하였던 것을 배후가 확실히 밝혀지 지 않은 당시 생산관리부 조합원이 울산경찰서에 고발하였다. 이 사건으로 배후 를 숨기며 자행되는 치밀한 탄압과 회유에 시달리던 동지는 사직까지 고민하는 엄청난 갈등에 시달려야 했다. 드디어 사문서 위조로 고발된 동지에게 10월 16일 오전 소환장이 발부되었고, 당일 점심시간 동지는 확대간부회의를 마치고 담담 한 얼굴로 도료 생산부로 발길을 옮겼다. 그리고 마침내 동지는 그 누구도 감당 치 못할 커다란 짐을 어깨에 잔뜩 짊어진 채로 투쟁의 불길로 솟구쳤다. 당시 목격자들에 의하면 동지는 도료 생산부에서 용제를 온몸에 뒤집어쓰고, 자재창고에서 불을 당긴 후 창고 앞으로 뛰어 나가 쓰러졌다고 한다. 숯 검뎅이 로 시커멓게 변한 동지는 죽어서도 눈을 감지 못하였다. 죽음으로 노동조합을 사수하고 자본가들에게 항거한 동지의 정신은 당시 죽음 을 목격한 동지들은 물론 이후 고려화학을 입사한 조합원들에게도 입에서 입으 로 전해져 고려화학 노조의 정신으로 살아 숨쉬고 있다. 끝내살리라 |1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