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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묵 (당시17세) 1973년 출생 1989년 충남 한일고등학교 입학 1990년 6월 4일 교육방법의 개선을 요구하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음독, 운명 |392| 민족민주열사∙희생자자료집증보판 노태우정권 학생 동지의 삶과 죽음 충남 한일고등학교는 ’87년, 단기간에 전국적인 명문고를 만들겠다는 야심 속 에 설립된 사립 고등학교로, 전교생이 기숙사생활을 하며 2주 1회만 외출이 허용 되는 등 엄격한 사범 5명에 의해 관리되는 학교였다. 이런 상황은 학생들을 학교생활에 적응하기 어렵게 만들어 1기로 입학한 232 명 중 3년 동안 55명이 자퇴하였고, ’89년 11월에는 3학년 학생들이 소극장에서 상임이사 면담을 요구하며 농성과 단식을 전개하기도 하였다. ’89년 이 학교에 입학한 동지는 결국 이러한 학교생활에 회의를 느끼고“나의 희생으로 우리 학교에서 우리 학교의 교육방법이, 나아가서는 우리나라의 정책 에 변화가 있었으면 좋겠다. 이것이 나의 마지막 부탁이다.”라는 내용의 유서 5 장을 남기고 기숙사에서 음독 자결하였다. 당시 동지의 종아리와 등에는 멍든 자 국이 있었다. ‘미리편지썼어야했는데시간이허락질않더구나. 중간고사끝나고나면좀시간이나겠지 했는데31일(오늘) 보는실력고사에선전포고가떨어진거야. 수학80점밑에는각오하라고. 그 날부터어제까지수학만하느라고혼났어. 푼다기보단외우느라고시간다뺏겼지뭐. 덕택에 국어, 영어손도못댔고. 근데어제꿈에갑자기왜머리속에마귀가들어온거야. 느닷없이인 생에 회의를 느끼게 됐고 이렇게 해서 대학 가면 뭘하나 하는 생각두 들었구 또 자살두 생각, 전학두생각, 가출두생각… 진짜죽고싶더라. 전학가고싶은마음은항상가지고왔었던건데, 엄마가적극반대하시고 계셔서 문제야. 엄마가 내 고통을 조금이라도 알아주신다면 좋을 텐데. 흑흑(진짜 울고 싶다. 하지만마음놓고울곳도, 내말들어줄친구도없어.) 국어답안지백지내고나서맘이변했어. 약간허무하더라. 그래서수학시간에또영어시간 엔좀찝적거렸어. 마지막수학시간벌써점수매겨오신수학선생님! 와, 놀랬다. 우리반에서 만4000대를때리셨어. 나? 84대! 많다구? 아냐. 우리반친구들, 보통100대가넘어. 살살때린 것도아냐. 지금교실엔파스냄새로가득. 시퍼렇다못해꺼멓다. 난양호한편이다. 시험이야 긴그만. 미안, 미안. 내얘기만했지. 하지만오랜만에편지하는거니까이해해라. 이번주에집에갈지모르겠다. 간다구해두병 원가야해서시간이없을것같애. 너에게뭔가좋은말을해주고싶은데. 요즘너무내인생에대해자신이없어졌어. 언젠가 집에가게되면울며기도좀해야겠다.…’ - 동지가자살하기얼마전친구에게쓴편지중에서- 끝내살리라 |3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