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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주정공자 터 비문 이곳은 제주 현대사의 최대 비극인 '4.3사건' 당시 수많은 제주민중들이 끌려와 감금당한 채 온갖 고초를 겪어야 했던 모진 세월이 고스란히 배어있는 옛 주정공장 터 이다. 4.3의 와중에 목숨 부지를 위해 한라산 일대에 피신했던 주민들은 혹한의 겨울을 야산에서 견디다가 귀순하면 살려준다는 군경 토벌대의 선무작전에 따라 대부분 순순히 귀순하였다. 하지만 용공혐의를 뒤집어 씌워 가혹한 고문이 자행되었을 뿐만 아니라 영문도 모른채 산지항을 통해 육지형무소로 끌려가야 했다. 또 한국전쟁 발발 후 예비검속자들 역시 집단 수용되었다가 행방을 모른는 등 헤아리깆ㅎ차 힘든 수천의 우리 부모형제들이 마지막 생존을 향한 몸부림이 남아있는 장소이기도 하다. 태평양과 맞닿아 있는 저 앞 바다를 보라! 예나 지금이나 일렁이는 파도는 변함없이 제주해협을 오고 가지만 반세기를 훌쩍 넘긴 오늘날까지 어떤 기별도, 한 줌 흔적도 추스르지 못한 슬픔을 가눌 길 없는 우리 유족들은 다시는 이 땅에 4.3과 같은 참혹한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는 간절한 염원을 담아 이 빗돌을 세운다. 서기 2005년 4월 1일 제주도4.3사건희생자유족회 근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