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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소록이 동네(잃어버린 마을) '오소록하다' '검은매(소록이=매의 제주어)가 사는 곳'이라는 뜻이 함께 전해지는 동네로, 4.3이 나던 1948년 음력 5월초하루 이곳에 살던 19세 꽃다운 새색시가 만삭인 몸으로 동네삼촌들과 오자교를 걸어서 넘었건만... 지금도 해마다 음력 4월 그믐날 자정이 되면 칠흑같은 어둠속에서 대여섯씩 무리지어 검은 형체들이 돌아다닌다. 걸어서 오자교를 넘었건만 끝내 길에서 죽어간 그들의 제사를 지내고 쓸쓸히 돌아서는 유족들인 것이다. 세월이 흐는 지금 바람에 흔들리는대나무만이 빈 집터를 지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