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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3 안내판 설명4 [한글]유난히 매섭고 시렸던 무자·기축년 그 겨울 곰도 범도 무서워 잔뜩 웅크려 지내면서도 따뜻한 봄날 오려니 했더이다. 아, 그랬는데... 거동 불편한 하르방 할망, 꽃다운 젊은이들 이름조차 호적부에 올리지 못한 물애기까지 악독한 총칼 앞에 원통하게 스러져 갔나이다 허공 중에 흩어진 영혼, 짓이겨져 뒤엉킨 육신 제대로 감장하지 못한 불효 천년을 간다는데 무시로 도지는 설움 앞에 행여, 누가 들을까 울음조차 속으로만 삼키던 무정한 세월이여! ‘살암시난 살아져라’ 위안 삼아 버틴 세월이여! 앙상한 어웍밭 방엣불 질러 죽이고 태웠어도 뿌리까지 다 태워 없애진 못하는 법 아닙니까 봄이면 희망처럼 삐죽이 새순 돋지 않던가요 참혹한 시절일랑 제발 다시 오지 말라 빌고 빌며 뒤틀린 모진 역사 부채로 물려줄 수는 없다며 봉분 다지고 잔디 입혀 해원의 빗돌 세우나니 여기 발걸음한 이들이여! 잠시 옷깃을 여미어 한 가닥 평화와 인권의 소중한 보듬고 가신다면 헛된 죽음 아니라 부활하는 새 생명이겠나이다 서기 2004년 10월 7일 [영문]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