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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 실 향 민 의 삶 갯배를 노래한 시 속초의 문인들 중에 많은 이들이 갯배를 노래했다. 작게는 아 바이마을에 사는 실향민들의 고단한 삶을 갯배에 투영하기도 했고, 크게는 전쟁과 분단, 실향, 통일이라는 무거운 시대적 주 제를 갯배에 투영하기도 했다. 분단의 시절이 끝나서 더 이상 실향과 이산이라는 가슴 아픈 이야기가 우리 기억에서 희미해 질 때까지, 우리는 분단의 깊은 수로를 건너기 위해 이 갯배를 끌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청호동 갯배 이상국 우리는 뱃길 북쪽으로 돌릴 수 없어 우리 힘으로는 이 무거운 청호동 끌고 갈 수 없어 와이어 로프에 복장 꿰인 채 더러운 청초호를 헤맬 뿐 가로막은 철조망 너머 동해에서 청진 원산물이 가자고 신포 단천물이 들어가자고 날래 따라 나서라고 날마다 아우성인데 우리는 동력도 키도 없어 바람 물 때 손바닥 보듯 하던 아바이들 모래벌에 다 묻고 이따위 죽은 배로는 갈 수 없어 와이어로프에 복장 꿰어 떠도는 함경도일 뿐. 우리는 강원도가 아니야 우리는 속초가 아니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