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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 향 민 의 애 환과 이 산 가족 상봉 이 야 기 49 “지금도 금강산에서 헤어질 때 ‘오래 오래 건강하게 사시라요’라며 차창 밖에서 작별 인사를 건네던 딸의 모습이 자꾸 눈에 밟혀.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만났으면 좋겠어….” 지난 3~5일 금강산에서 열린 남북이산가족 상봉행사에서 2살 때 헤어진 친딸 옥화씨(64)와 외손자(36)를 상봉한 김동율씨(82, 속초 시 청호동)는 짧은 상봉 일정이 아쉬운 듯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상봉장에서 첫 눈에 딸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냐”는 질문에 그 는 외손자의 모습이 자신의 젊었을 적 모습과 비슷해 금방 딸의 가 족을 찾을 수 있었다고 극적인 상봉순간을 떠올렸다. 김씨는 딸이 “아버지가 살아 있어 기적 같다”고 너무 감격해 하며 한동안 말을 잇 지 못할 때는 가슴이 미어지는 듯 아팠다고 했다. 그는 이런 딸에게 “험한 세상 어떻게 살았느냐”고 위로하며 진한 혈육의 정을 느꼈다 고 말했다. 그러나 죽기 전이라도 오매불망 만남을 기대해 왔던 부인의 사망 소식을 딸로부터 전해들을 때는 마음이 너무 아팠다고 했다. 그는 딸 이 건네준 살아생전 부인의 모습이 담긴 빛바랜 흑백사진을 한 없이 들여다보며 아쉬워했다. “처가 17년 전에 숨을 거뒀다는 거야. 북에 두고 온 처를 보면 가슴 에 맺힌 응어리가 다 풀릴 것 같았는데 안타까워….” 김씨는 이번 상봉행사에서 북한의 추운 겨울 날씨를 고려해 방한 복과 내복 등을 딸과 외손자에게 선물로 전달했다. 김씨는 상봉행사 내내 “오래 오래 건강하게 사시라요”라며 자신의 건강을 챙기던 딸이 지난 5일 작별상봉에서 “오래 오래 사시라요” 재차 인사할 때는 가슴 이 뭉클했다고 말했다... 함경남도 영흥군이 고향인 김씨는 한국전쟁이 일어나기 1년 전 부 친 소유의 선박으로 월남했다가 한국전쟁이 발발하면서 생이별하게 됐다. 김씨는 이번 상봉행사에서 아바이마을 첫 상봉자여서 세간의 이목을 받기도 했다. <고명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