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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내살리라 |381| |380| 민족민주열사∙희생자자료집증보판 수 있는 개념적 포용력을 갖는다고 볼 수 있다. 2) 민주화운동의 정의(제2조)에 내재된 이념적 갈등 이처럼 민주화보상법은 시기, 대상, 개념에 있어 민주화운동을 포괄적으로 정의하는 긍 정성을 갖는 반면, 구조적 차원의 한계 또한 내재하고 있다. 우선, 민주화보상법이라는 특 별법이 우리 헌법의 저항권을 암묵적 용인하는 것인지 애매하다. 민주화운동 관련성을 인 정받은 사건에 대해 한정적으로 저항권을 용인한다는 규정을 별도로 둔 것도 아니고, 민주 화보상법 내에 어떠한 특별규정이 존재하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반공법, 긴급조치 등 유 신이후 폐기된 법안 이외에 국가보안법, 집시법 등에 의해 유죄판결을 받은 사안을 민주화 운동으로 인정할 경우 현행법에 따른 유죄판결을 특별재심 등 사법적 번복 과정 없이 인정 하는데서 오는 법리적 충돌이 발생한다. 이러한 법리상의 충돌이 민주화보상법의 외재적 한계라고 한다면, 실질적으로 민주화보 상법을 적용하거나 해석할 때에 발생하는 이념적 대립은 국민화합과 민주주의 발전이라는 입법취지를 위협할 수준의 내재적 한계이다. ‘자유민주적 기본질서’ 6) 는 그 자체의 함의만 으로도 법리적, 이념적 대립을 전제할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서는 권위주의적 통치에 대한 항거행위가 귀결되어야 할 민주헌정질서의 범주까지 침범하는 실로 막강한 규정력을 행사 하는 개념이다. 그 이유는 한국 사회의 극명한 이념대립 상황에서 기인한다. 자유민주적 기 본질서를 제한적 관점에서 해석할 경우 국가보안법의 이데올로기적 토대로 작용하는 헌법 외재적 체제이데올로기인 반공산주의(또는 반사회주의)를 지칭하게 된다. 민주화보상법에 서는 민주헌정질서의 확립을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와 구분하여 명확히 규정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민주화보상법에 근거한 심의가 사회적 논란을 불러일으킬 때, 평가의 잣대는‘자 유민주적 기본질서’로 대체되는 경우를 종 종 볼 수 있다. 7) 실제 적용에 있어서는 해당사안 의 주체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인정하고 있는지, 신청인의 행위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 에 부합하는지 여부로 제2조의 해석이 확장된다. 여기에 더해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의 핵심 을 시장경제 8) 로 보는 견해까지 덧붙여진다면 가히 그 이념적 스펙트럼의 폭은 무한정 확장 된다.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는 헌법전문 9) 과 헌법 제4조 10) 에 등장한다. 반면, 권위주의적 통 치가 자행되던 시기, 민주화운동 세력을 탄압하는 도구로 악용되었던 국가보안법에서도 ‘자유민주적 기본질서’가 원용된다. 국가보안법 제5조(자진지원∙금품수수), 6조(잠입, 탈 출), 7조(찬양∙고무 등), 8조(회합∙통신 등)는 공통적으로“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 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을 알면서…”라는 구절을 인용하고 있다. 국가보안 법 위반 사건의 민주화운동 해당성 여부 심의에 있어 당연히 충돌이 예견되는 개념이다. 얼마전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와 민주화보상심의위원회는 소위 남파간첩이었던 변형만 등의 사건에 대해 두 위원회가 동일한 민주화보상법 제2조의 정의에 근거함에도 불구하고 상이한 결론을 내린바 있다. 심지어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는 제1기, 제2기의 결론이 달랐 다. 의문사위는 사회보호법 폐지를 요구하며 단식농성 하다 숨진 남파간첩 변형만씨 등 2 명에 대해“사회보호법의 부당성을 알려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신장시켰다”며 의문사로 인정했다. 당시 이들과 함께 의문사 판단 대상에 올랐던 남파간첩 박융서씨 등 3명은“강 제전향과정에서 고문당해 숨졌지만 민주화운동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며 기각했다. 그 6) 헌법재판소는 국가보안법 제7조 제1항 및 제5항에 대한 한정합헌결정에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한정합헌해석의 기준으로 제시 한 바 있다. 이에 따르면,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는 헌법이 수호해야 할 최고가치로서 폭력적 지배와 자의적 지배의 배제, 다수의 의 사에 의한 국민의 자치, 자유와 평등의 기본원칙에 의한 법치주의적 통치질서를 의미한다. 그 내용은 기본적 인권의 존중, 권력분 립, 의회제도, 복수정당제도, 선거제도, 사유재산과 시장경제를 뼈대로 한 경제질서, 사법권의 독립 등으로 구성된다(「헌법재판소판 례집」제2권 59-64쪽). 7) 지난 7월 12일 권경석 의원 외 24명의 의원들이 발의한 민주화보상법개정법률안의 제안이유는 다음과 같다. “최근 제2기 의문사진 상규명위원회가 빨치산 활동을 하였거나 북한에서 남파되어 간첩활동을 한 인물들에 대하여 의문사에 해당한다고 결정한 것은 단순 히 민주주의를 신장시켰다는 결과만으로 자유민주주의를 부정한 행위까지 민주화운동으로 인정하는 결과론적인 해석을 내린 것임. 이는 대한민국 헌법이 지향하는 이념과 가치에 위배된다고 할 것이고 향후 이러한 결과론적인 해석이 계속될 경우 국가의 정체성에 혼란이 야기될 소지가 있음. 이에 민주화보상법 제2조 제1호에 민주화운동의 배경과 목적을 명시함과 동시에 민주화운동의 범위를 명확하게 규정함으로서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부정하는 행위가 민주화운동으로 포괄적으로 해석되는 폐단을 막고자 하려는 것임” 8) 헌법재판소의 결정문은 1952년 사회주의국가당(SRP)및 1956년 독일공산당(KDP) 판결에서 독일 연방헌법재판소가 행한 자유민주 적 기본질서 해석을 거의 따르고 있다. 하지만 독일연방헌법재판소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의 개념을 정치질서 차원에서 해석하는 데 반해, 우리 헌법재판소는‘사유재산과 시장경제를 골간으로 한 경제질서’라고 하는 요소를 덧붙였다(국순옥, 1994. 참조). 9)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민국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 민주이념을 계승하고, 조국의 민주개혁과 평화적 통일의 사명에 입각하여 정의∙인도와 동포애로써 민족의 단결을 공고히 하고, 모든 사회적 폐습과 불의를 타파하며, 자율과 조화를 바탕으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더욱 확고히 하여…” 10)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정책을 수립하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