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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상륙작전 / 붉은 해로 저문 아들에게 - 시인 정소란 절명의 위기 앞에 역사적 상륙은 치열하고 단독의 수호 앞에 장렬한 아들의 가슴은 얼마나 벅찼겠는가 격멸과 탈환의 승전고는 필사의 정신이 아니었다면 울릴 수 없었고 초개처럼 던진 몸이 아니면 이 민주는 어떻게 꽃으로 피었겠는가. 지금까지 할 일이 있게 하고 아직도 할 말을 남긴 미덥지 못한 일이 있다면 아들아 너의 이승의 모습으로 닮은 이에게 해병으로 환생되어 왔노라 일러주어라. 아들아 위기는 절박하게 등을 밀었고 상륙의 발길은 은밀했다. 너의 치밀한 움직임 속에서도 온 몸에 스쳤을 죽음의 공포에 순간 순간 얼마나 두려웠느냐. 황토도 검게 태운 포탄과 화약 속에서 눈 앞에서 산화하던 전우의 눈을 보았을 아들아. 너는 그때 무엇을 생각하였는가. 살아서 돌아가는 길 끝에 서 있는 어머니를 부르고 지켜낸 이 땅에서 두고 온 정인(情人)의 손등에 입맞추던 아들아, 내 아들들아. 우리는 그 꿈을 예우하지 못하였다 전장에 누운 고독에 말벗이 되어 주지 못하였고 군화속에 부르텄을 발을 만져 주지 못하였고 귓속으로 흐르던 마지막 눈물을 닦아 주지 못하였다. 영면에 든 몸을 하고도 넋은 아직도 경호의 별빛으로 흐르고 있을 아들아. 그 진중하고 의연한 눈빛으로 막아낸 여기 원문은 고요하고 매일봉은 적막하다. 함포는 사라지고 바닷길은 고요히 열렸으니 화평한 기운이 만조의 달빛처럼 가득하다. 여름은 무르익어 붉어졌구나. 조국은 백만가지 꽃으로 만발하고 초목은 소리없이 우거졌다. 아들아 오늘 여기에 전령 몇을 보내 왔느냐. 호반새 몇이 선회하는 하늘이 극치의 미성을 내는 오늘 백년도 안 된 세월에 묻혀질까 그날의 전황을 세세히 알리는 듯하구나. 걱정말거라 아들아. 터지는 폭탄같은 너의 함성을 우리는 잊지 않고 들을 것이고 등을 치는 뜨거운 마음을 잊지 않은 징표로 여기 붉은 깃발을 꽂아 둘테니 자유로이 왔다가는 깃이 푸르고 윤이 나는 새로 앉아 보아라. 붉은 해로 저물었을 아들아 호반새로 훨 훨 날았을 아들아. 청량한 한 줄기 바람으로 스쳤을 아들아. 해병의 기백을 남기고 역사에 묻힌 숭고한 이야기가 면면히 이어질 이곳에서 부디 태야의 고른 숨으로 편히 잠들거라. 2019.8.11. - 제69주년 추모식 헌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