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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빛으로 되살아 나소서 오호라! 무자년 섣달 열아흐레 날 그 날의 참사를 뉘라서 잊을 것인가! 포악무도한 세력의 사나운 총구 앞에서 436명 무죄한 촌맹이 한날 한시에 쓰러져 가던 그날 불타는 마을의 충천하는 붉은 화광과 벼락치는 총성 속에 낭자한 통곡과 비명들이 하늘을 찌르던 그 날을 뉘라서 잊을 것인가! 역대 독재정권들이 반세기에 걸쳐 그 참사의 기억을 말살하려고 무섭게 금압했지만 과연 그것이 잊혀졌던가 이제 우리는 무자년의 그 참사를 영원히 잊지 않기 위하여 여기에 돌을 세운다 용서하지만 잊지 않기 위하여 영구불명의 돌을 세운다 우리는 또한 평화의 이름으로이 돌을 세운다. 세계의 사람들이 그 참사의 생생한 진상을 통해 진정한 평화가 무엇인지를 배울 수 있도록 전쟁반대의 이름으로 이 돌을 세운다 전대미문의 참사인 이 사건은 국가를 향해 세계를 향해 당당히 평화를 외칠 자격이 있기 때문이다. 436위 영령들이시어 부디 새로운 빛으로 거룩하게 되살아 나시어 우리 마을과 우리 겨레의 앞길을 환하게 비추어 주옵소서 지은이 현기영, 글쓴이 김석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