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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의사 안중근 숭모비 나는 「이 천하의 의사로서는 안중근보다 더 높은 이가 없고 남방의 명승지로서는 무등산보다 더 으뜸가는 곳이 없다」는 말을 들었다. 이제 온 나라의 인사들이 모여 의논한 끝에 무등산 밑 광주공원 위에 비석을 세우고 의사의 열렬과 공적을 표하는데, 그 전면에 크게 쓰기를, 「대한의사안공중근숭모비(大韓義士安公重根崇慕碑)」라 하고 길이 만세에 알려 두었으니 아! 거룩하기도 하다. 의사의 성은 안씨이고, 본관은 순흥(順興)이며, 중근은 그 이름이고, 자는 응칠(應七)이니 태어날 때 그 가슴에 일곱 사마귀가 있었기 때문이다. ... (중략) 이토가 차에서 내려 러시아 대신과 악수하고 인사가 끝날 무렵에, 차츰 차츰 각국 영사소(領事所)를 향해 걸어가다가 열 걸음 정도의 거리를 앞에 두고 의사가 곧 군대를 헤치고 돌입하여 권총 세 발을 쏘아 이토의 가슴을 명중시켜 그 자리에서 즉사하게 하고.....(중략) 재판장 마나베가 심문하기를, 「어째서 우리 이토 공을 살해했느냐.」 의사가 큰 소리로 꾸짖어 말씀하기를, 「이토의 죄는 위로 하늘에까지 치솟았으니 만 번 죽이더라도 남은 죄가 있으리라. 음모로 우리 명성황후를 죽이고, 함부로 우리 고종황제를 폐위시키고, 우리의 대한독립을 방해한 것이 특히 큰 죄다. 이러한 것은 우리로서 만세토록 반드시 갚아야 할 원수이거니와, 하물며 너희나라 선황제까지 죽였으니 너희 나라에도 큰 역적이 아닌가. 이놈은 천하의 공공연한 죄인이다. 나는 동양평화를 위해 이 도적놈을 제거했으니 천하 만세에 떳떳이 말할 수 있다....(중략) 아! 옛날 문천상(文天祥)이 일찍 말하기를, 「공자는 인(仁)을 이룩할 것을 강조하고 맹자는 의(義)를 취할 것을 강조한지라, 그 의를 다하는 그것만이 곧 인에 이르는 바이다」라고 했으니, 지금의 안의사가 바로 그러하셨다. 우리들이 왜놈에서 벗어난 것이 사실 의사의 덕택이니 대한천만세에 어찌 잊을 수가 있겠는가. 이제 이 비석을 세우는 일은 전남 유림으로부터 시작되어 전국이 호응해서 이루어진 것이고, 그 비석에 기록을 실은 자는 늙은 앉은뱅이 김창숙이다. 김창숙 짓고 임형택.이동환 국역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