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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흘곶에서 우는 새 - 김관후 까마귀가 까악까악 울기 시작하네 그 울음 숲을 버리고 어디로 향할까 마을주민들 하나둘 대섭이굴로 모여들고 멀리서 들려오는 총소리 치마폭으로 감싸안네 검은개 노랑개의 그림자 어른거리고 꼭꼭 숨어라 내일 아침 볼 수 있을까 총소리 코밑까지 밀려와 심장을 흔들 때 도툴굴 목시물굴 벤뱅듸글로 몸을 숨겼네 꿔 꿩 꿩, 꿩 우는 소리 묻혀버렸네 쌕쌕거려 구르는 방울새 소리 끼끼끼끼끼 청딱따구리 소리도 훔어버렸네 휫휫 휫 휘잇 삐삐삐삐 휘욧 휘욧 휘이 찌잇 되지빠귀 소쩍새 산솔새 종종종 모두 사라졌네 마파람으로 다복솔 잔가지까지 바르르 떨고 까악까악 까마귀가 저승에서 다시 손짓하는데 탕탕탕 탕탕탕 피눈물소리 가까이 들리는데 아아, 선흘곶이 후후 흔들리며 어디로 숨을까 저승으로 날아가 영영 생이별할까 가슴 한가운데 멍 자국이 아픈 세월 말해주네 2019년 6월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