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page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혁신적인 갑옷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갑옷은 보물 제336호로 지정된 고려 말 정지장군의 갑옷이다. 이 갑옷은 철판과 원형 쇠고리를 연결하여 만 든 경번갑(鏡幡甲)으로, 몸통 부분에 철판을 배치하고 어깨와 소매 부분은 철고리만을 연결하여 무게를 줄이고, 안전성과 활동성을 높 였다. 경량의 정도는 기마술 못지않게 중요했다. 기존 30~40kg의 철갑에 비해 8.8kg의 갑옷은 그야말로 혁신적인 무게였다. 쇠고리를 엮어 만든 경번갑은 몽골제국에서 시작되었으며 중국, 일본, 인도 등 아시아 전역을 비롯하여 유럽지역에서도 나타난다. 옻칠로 덧바른 가죽 갑옷 2011년 공주 공산성에서는 가죽으로 만든 갑옷이 출토되었는데, 사 람이 입은 옻칠 갑옷은 뼛가루나 전분 등을 섞어 무려 10~16개의 옻칠 층을 고르게 입혔다. 말의 갑옷은 3~4번 정도 옻칠한다. 이와 유사한 방식으로 만들어진 조선시대 유물 중에 보물 제460호로 지 정된 서애 류성룡의 갑옷도 있다. 일정한 크기로 가죽을 잘라 흑칠을 하고, 가죽끈으로 연결해 만들었다. 칠(柒)은 습기를 막고 광택과 강 도를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되었다. 『숙종실록』에는 ‘소나 말가 죽을 잘라 여러 번 옻칠한 갑옷은 화살촉과 총알이 모두 뚫지 못할 정도인데, 철제 갑옷에 비해서 무겁지 않아 좋다’고 기록하고 있다. 종이로 만든 갑옷 지갑(紙甲) 지갑은 조선시대에 사용된 한지를 이용하여 미늘을 만든 갑옷으로, 한 달에 약 열 벌의 종이갑옷을 만들었다. 종이와 천을 섞어 사용하 여 가슴과 등을 가리는 지포엄심갑(紙布掩心甲) 이나 종이를 누벼서 만든 지제배갑 (紙製背甲) 등도 있다. 종이는 습기나 벌레에 취약하기 때문에 옻칠이나 기름 먹인 종이도 사용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지갑 은 철갑보다 방호력은 약하지만 여러 장을 겹치면 화살을 막기에는 충분하고 매우 가벼워 활동성을 높일 수 있었다. 그러나 적군의 무기 가 총과 화포로 바뀌자, 불이 붙기 쉬운 재질 때문에 병사들은 물에 뛰어들기 바빴다고 전해진다. 무명으로 만든 방탄복 면갑 신미양요 당시 미국 군인이 찍었던 사진 중에는 면갑을 착용한 채 전사한 조선 병사의 사진이 있다. 사진 속의 면갑은 등록문화재 제 459호로 지정된 면제배갑(綿製背甲)과 유사하다. 이 면갑은 무명 30 겹을 겹쳐 소매가 없는 배자 형태로 만든 일종의 방탄복이다. 한편 흥선대원군은 서양의 총탄을 막아낼 갑옷 제조를 명했는데, 무 기 제조자 김기두와 강윤이 실험을 거듭한 결과 총탄이 뚫리지 않는 무명 13겹으로 면갑을 만들었다. 면갑은 신미양요 때 처음으로 실전 투입되었는데 총탄 방어에는 효과가 있었으나 더위나 화기, 습기에 는 취약했다. 심지어 군사들이 면갑을 입고 한여름의 더위를 못 이겨 코피를 쏟았다는 기록이 남아 있을 정도다. 1. 면피갑 ⓒ국립고궁박물관 2. 면갑 재현품, 안인실 作 3. 정지장군 갑옷 ⓒ문화재보존과학센터 1 3 2 26 27 Vol.164 2019 Septemb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