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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곁에 함께하고 싶었습니다 유엔실에 있는 유해 안장 디오라마는 34세의 호주군 대위인 케네스 존 휴머스톤과 그의 아내의 합장 모습을 재현한 것이다. 그는 6·25전쟁에 참 전, 같은 해 10월 3일 전사했다. 그의 부인 낸시는 2008년, 91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하기까지 남편을 그리워하며 지 냈다. 그런데 그녀가 남긴 아주 특별한 유언이 있었으니 바로 부산 유엔기념공원에 잠든 남편과의 합장이었다. 이 유언은 2010년 4월 실제로 이루어 졌는데, 수십 년의 세월을 돌 아 다시 함께하게 된 그들의 이야기는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준다. 전쟁이 아니었다면 이들은 함께 생을 보내며 아름다운 사랑을 키워나갔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이역만리 타국으로 온 남편의 헌신과 그런 남편을 자랑스러워한 그녀의 마음 역시도 진짜 아름다운 사랑의 결실이 아닐까? 모두 함께 이겨낸 피난 생활 피난 생활 모습을 재현한 디오라마에는 이제 막 전쟁 을 지나온 이들의 고달픈 삶과,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려 는 강한 의지가 엿보인다. 고무줄놀이를 하는 익살스러 운 아이들의 표정과 정겨운 교실 풍경은 그 시대를 살아 간 우리의 할머니·할아버지의 추억이자 아픔이고, 그리 운 한 장면일 것이다. 가족이 있기에, 친구가 있기에, 이 웃이 있기에 함께 견뎌낸 피난 생활. 이제는 “그땐 그랬 지….”하고 이야기해 줄 수 있는 ‘추억’이 됐다. 흔히 생활이 궁색하고, 피폐할 때 ‘피난 생활’이란 표현 을 쓰곤 한다. 그때와 지금, 그 모습과 느낌은 매우 다르 지만, 서로 의지하며,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었을 우리 의 가족, 이웃, 친구가 있었기에 극복해낼 수 있다는 점 만큼은 공통점이 아닐까? 18 19 Vol.164 2019 Septemb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