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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향이 끝났음을 알리는 합반개(合飯蓋)를 한다. 합반개는 밥뚜껑을 덮는 것이다. 이때 메에 꽂아 놓았던 수저도 내린다. 이 과정을 합쳐 철시 복반(搬짧覆飯)이라 한다. 합반개를 마치면 헌관 이하 참제자들이 재배 다 린 드 다음으로 초헌관이 망예위로 나아간다. 망예위는 축문을 태우기 위한 장소이다. 축문을 태우는 것을 분축(쨌祝) 또는 소지(燒紙)라고도 한다. 분축은 주로 묘소의 서쪽 아래에서 이루어진다. 초헌관이 축문을 태우며 검은 재가 공중으로 날리 게 한다. 분축은 종이 였던 축문이 연소하면서 무 형의 형태인 연기가 되어 신령에게 전달되도록 하는 의식이다. 이 과정에 서 후손의 기원을 담은 연기가 천상의 세계로 올라가 그 뜻을 전한다고 믿었다. 따라서 분축할 때 나는 연기와 그을음이 하늘 높이 올라가야 좋 다고 여겼다. 분축 과정에서 재를 일부러 더 날리도록 하는 것은 바로 그 러한 연유이다. 초헌관이 분축을 마치고 제자리로 돌아간다. 지금까지의 합반개, 철시 복반, 분축 과정을 모두 합쳐 사신례(解神禮)라고 한다. 사신례는 제례를 모두 마치고 조상의 영혼을 전송하며 작별하는 의식이라 할 수 있다. 집 례자가 퇴철수(退搬需)를 외치면 시제 시향 행사가 모두 끝나고 제물을 치우는 철상을 한다. 철상은 말 그대로 제상 위의 모든 음식과 제기를 치 우는 일로 제사의 마지막 절차이다. 음복(준) 음복은 제사를 지낸 후 조상신에게 올렸던 음식을 나누어 먹는 일을 말 한다. 이때 ‘준’은 단순히 ‘신이 먹다 남긴 밥을 먹는다.’는 것이 아니라, 1부 제의례 I 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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