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page

오전 열 시가 되자 합천 이씨 목사공파 이호석 집례자가 마이크 앞에 섰다. “참석자는 각자 자리에 서십시오.” 제례에서 자리는 곧 그 문중에서의 위치이다. 참례자들은 분정 역할에 따라 알맞은 자리에 선다. 이를 위하여 참제자들은 전날 재실에 모여 ‘분 정’을 했고, 그를 통해 제례에서 역할을 분담할 제관을 정했다. 합천 이씨 시제의 분정은 초헌관, 아헌관, 종헌관을 중심으로 축문을 읽는 축관, 홀 기를 읽으며 시제를 진행하는 집례, 제수를 올리는 진설, 시제 진행을 도 와주는 찬창과 알자, 헌작을 돕는 사작과 사준, 분향을 돕는 봉로, 봉향으 로 이루어져 있다. 이때 제례를 주관하는 초헌관, 아헌관, 종헌관은 문중 에서 종자(宗子)나 항렬 높은 연장자 등으로 협의 하에 정해진다. 집례자가 분정기를 읽는다. 분정기를 발표하는 일은 제관의 위치 를 알 려줄 뿐 아니라 다른 참제자들에게 제례를 집정할 사람을 알려주는 것이 기도 하다. 분정에서 가장 먼저 호명되는 이들은 시제를 주관할 초헌관, 아헌관, 종헌관이다. 이번 시제의 초헌관은 34세손(전서공파) 이동수, 아 헌관은 35세손(첨사공파) 이수덕, 종헌관은 38세손(첨사공파) 이진규가 맡았다. 목사공파 35대손인 이호석 집례자는 이어서 축, 진설, 봉로, 봉 향, 알자, 사작, 사준을 순서대로 호명한다. 초헌관, 아헌관, 종헌관은 빨 간 관복을 착용하고 집 례자와 축관은 파란색 관복에 모두 사모를 쓰고 복 두를 갔다. 관직이 있는 사람이면 제례복으로 공복을 착용했던 전통을 따 른 것이다. 그 밖의 집사자들은 속색 도포를 걸치고 머리에는 유건을 착 용했다. 또, 문중의 연장자는 삼베 두루마기 를 입 고 유건을 착용했다. 헌 관이나 집사자가 아닌 나머지 참례자들은 검은색 양복 등 눈에 띄지 않는 검박한옷을 입었다. 66 I 예악의 고장 합선의 제례문화
68page

068